살얼음판 경제에 북핵 리스크까지, 경제지표 빨간불

우리나라 경제가 잇따른 대형 대외 악재로 살얼음판을 걷고 있다.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배치에 따른 중국의 보복,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재협상으로 경제 전반이 불안한 가운데 북한 6차 핵실험에 미약하나마 유지해 온 우리 경제 성장세가 고꾸라질 위기에 처했다.

기업 투자 심리와 국민 소비 심리가 얼어붙으면 정부가 제시한 '3% 경제 성장'은 실현이 어려울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시장은 정부의 선제 및 적극 대응을 주문했다.

4일 정부와 업계에 따르면 최근 대외 리스크 확대로 우리나라 경제에 위기감이 빠르게 확산됐다.

살얼음판 경제에 북핵 리스크까지, 경제지표 빨간불

이날 코스피 지수는 전장보다 28.04P(1.19%) 급락한 2329.65로 마감했다. 기관이 3167억원을 순매수하며 2330선까지 끌어올렸으나 불안감은 여전했다.

최악의 경우 증시가 2200선 이하로 떨어지거나 이달 중순까지 회복이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도 나왔다. 과거 아홉 차례 북핵 리스크 발생 시 우리 증시는 평균 1.9% 하락하고, 5일 이내에 이전 수준 주가를 회복했다.

한반도 지정학적 리스크(코리아 디스카운트)가 재부각되고 있다. 이전의 북한 핵 도발과 달리 단기간 극복이 어렵다는 전망도 나온다.

안전 자산인 금은 온스당 1300달러를 돌파하고, 원·달러 환율은 이날 전 거래일보다 10.2원(0.91%) 상승한 1133원에 거래를 마쳤다.

블룸버그 집계에 따르면 한국 신용부도스와프(CDS) 프리미엄은 이날 오후 4시 26분 전날 종가보다 5bp오른 65.72bp를 기록했다.

CDS는 채권을 발행한 국가나 기업이 부도났을 때 손실을 보상하는 파생상품이다. CDS 프리미엄이 높아지는 것은 해당 국가, 기업의 부도 위험이 커졌음을 의미한다.

9일로 예정된 북한 건군절을 비롯해 유럽과 미국의 통화정책회의로 인해 금융 시장 변동성이 증폭될 가능성도 짙어졌다. 7일 유럽중앙은행(ECB)정책회의, 19일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등 대형 경제 이벤트가 줄줄이 예정돼 있다.

이경민 대신증권 리서치센터 팀장은 “시장이 오전에 일부 회복하긴 했지만 이전과 달리 북핵 리스크가 단기간에 봉합될 가능성이 없어 보인다”면서 “북한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개발 능력이 미국과 일본까지 공격 사정권 안에 포함시키면서 글로벌 시장 변동 폭도 더 커졌다”고 설명했다.

북한이 얼마나 자주 어떤 방향으로 미사일을 발사하느냐 등 군사 도발 수위에 따라 금융 시장이 요동칠 가능성이 커졌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취임 이후 경색된 국제 관계로 인해 대화 주체가 뚜렷하지 않은 것도 금융 시장의 불확실성을 높이는 요인으로 작용했다.

정부는 북한 핵실험이 실물경제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판단했다. 한국은행도 “금융·외환시장 변동성이 확대되고 실물경제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이낙연 국무총리
이낙연 국무총리

문재인 대통령은 이날 오후 수석보좌관회의에서 “정책실에서는 경제에 미칠 영향에 대해 기획재정부와 함께 점검하고, 또 시장이 안심할 수 있도록 대책을 마련해 달라”고 당부했다. 문 대통령은 “필요하다면 대통령 주재 경제대책회의를 여는 것도 검토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낙연 국무총리는 북한 6차 핵실험과 관련 “각 부처는 관련 상황을 빈틈없이 점검하고, 이번 사태로 인해 국민생활과 안전 그리고 경제에 부정적 영향이 미치지 않도록 철저히 관리하라”고 강조했다.

어느 때보다 팽팽한 긴장감이 감도는 것은 그동안 우리 경제가 '불안한 성장'을 이어 왔기 때문이다. 최근 잇따라 터진 대형 대외 악재로 미약한 성장세가 급락세로 돌아설 수 있다는 불안감이 커졌다.

우리 경제는 반도체 중심의 수출 확대를 기반으로 연초부터 미약하나마 성장세를 이어 왔다. 정치 불확실성 해소와 새 정부 출범에 따른 기대, 이례의 반도체 시장 호황 등이 긍정 요소로 작용했다. 정부는 3년 만에 3%대 성장 회복 전망을 제시하기도 했다.

그러나 최근 투자, 소비 등 주요 경제지표가 불안한 모습을 보였다. 7월 설비투자는 전월보다 5.1% 줄어 올해 2월(-8.5%) 이후 가장 큰 감소폭을 기록했다. 8월 소비자심리지수는 전월보다 1.3P 낮은 109.9를 기록했다. 이는 지난 1월 이후 7개월 만의 하락이다.

중국 사드 보복이 계속되고 있고,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한·미 FTA 폐기' 카드까지 꺼내며 우리 경제의 불안감이 높아졌다. 여기에 북한이 핵실험을 감행하며 위기감이 최고조에 달했다. 불확실성 확대로 기업 투자가 위축되고 국민 소비가 줄어들면 3%대 성장률은 고사하고 지난해 수준 성장(2.8%)도 어렵다는 지적이다.

위기감이 최고조에 이르른 상황에서 정부 대처가 너무 안일한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실제 국내 기업과 경제 전문가들은 북한 핵실험 등 대외 악재에 따른 실물경제 악영향을 피부로 느끼고 있으며, 정부가 적극 대처하지 않으면 경기 위축이 불가피하다고 지적했다.


※북핵 리스크 발생시 코스피 시간대별 수익률 변화

<자료:한국거래소, NH투자증권리서치본부>

살얼음판 경제에 북핵 리스크까지, 경제지표 빨간불


김명희 경제금융증권 기자 noprint@etnews.com, 양종석 산업정책(세종) 전문기자 jsyang@etnews.com, 유선일 경제정책 기자 ysi@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