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통상자원부가 단말기 지원금 분리공시제와 관련, 찬성으로 입장을 선회한 것으로 확인됐다. 방송통신위원회와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 이어 산업부도 분리공시제에 찬성, 휴대폰 유통 관련 부처의 입장이 통일됐다.
문재인 정부가 통신비의 실효 인하를 목표로 100대 국정 과제 가운데 하나로 추진하고 있는 분리공시제의 시행에 탄력이 붙을 것으로 전망된다.
5일 본지가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소속 정운천 의원(바른정당)을 통해 입수한 '분리공시제 도입 관련 산업부 입장' 자료에 따르면 산업부는 분리공시제가 가계 통신비 절감에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며 찬성 의사를 밝혔다.
단말기 분리공시제 입장을 묻는 정 의원 질의에 산업부는 통신비 절감을 통한 국민 생활비 절감은 국정 과제라고 전제하고 분리공시제는 국정 과제 실천을 위한 과제로서 단말기 가격 투명화 유도 등을 통해 가계통신비 절감에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고 응답했다.
이와 함께 산업부는 분리공시제가 기업 자율성을 과도하게 침해하고 글로벌 경쟁력을 저하시킬 수 있다는 견해에 대해 △단말기 가격 투명화와 가계 통신비 절감 목적에 비춰 기업 자율성을 과도하게 침해한다고 보기 어렵고 △휴대폰 글로벌 경쟁력은 가격 요인 외에도 품질, 디자인, 기술, 브랜드 등이 결합된 것으로 볼 수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산업부의 분리공시제 관련 입장은 2014년과 정반대다.
산업부는 당시 규제개혁위원회에 국내 휴대폰 제조사가 국내에만 적용되는 분리공시제로 인해 글로벌 시장에 영업 비밀 침해를 우려하고 있다며 사실상 반대 입장을 전달했다.
분리공시제가 상위법인 이동통신 단말기유통구조개선법(단통법)의 위임 범위를 넘어선다는 점도 지적했다.
산업부 관계자는 “LG전자가 분리공시제 찬성 입장을 표시하는 등 분리공시제를 둘러싼 시장 환경과 이해관계가 변화했다”면서 “통신비 절감이라는 국정 과제에 대한 공감대가 높아진 상황을 재점검, 관련 주무 부처로서 의견을 정리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이에 앞서 LG전자는 제조사 지원금은 물론 판매 장려금까지 공개해서 시장을 투명화해야 한다는 입장을 확정했고, 삼성전자는 정부의 분리공시제 방향이 결정되면 따르겠다는 원론 입장을 피력했다.
분리공시제는 단말기 지원금을 이동통신사와 제조사 기여분을 별도로 공시하는 제도로, 2014년 단통법 제정 당시 도입할 계획이었지만 '영업비밀 노출'을 이유로 제조사가 강하게 반발, 무산됐다.
박지성기자 jisu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