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육성, 혁신성장 분야는 내년도 예산뿐만 아니라 '세금 혜택'에서도 소외됐다.
정부가 내년 각 분야에 제공하는 세금 혜택이 올해보다 총 1조원 이상 늘지만 산업·연구개발(R&D) 분야는 오히려 줄거나 제자리걸음에 그쳤다. '혁신성장'을 핵심 국정 과제로 제시하고도 정부 정책은 거꾸로 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5일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조세특례제한법상 23개 영역으로 조세 지출을 분류한 결과 R&D 부문은 올해 2조7108억원에서 내년 2조6709억원으로 399억원 줄어든다. 조세 지출은 정부가 조세 감면, 비과세, 우대 세율 등 방법으로 제공하는 재정 지원이다.
정부는 총 조세 지출을 올해 38조6573억원에서 내년 39조8053억원으로 1조1480억원 늘린다. 그러나 혜택이 교육·복지 등에 집중, R&D 부문은 조세 지출이 감소한다. 전체 조세 지출 가운데 R&D가 차지하는 비중은 올해 7.01%에서 내년 6.71%로 떨어진다.
세부 사업으로 '연구·인력개발비에 대한 세액 공제'가 올해 2조2933억원에서 내년 2조2709억원으로 줄어든다. 'R&D 관련 출연금 등 과세 특례'도 올해 11억원에서 내년에 10억원으로 축소된다. 같은 기간 '중소기업창업투자회사 등의 주식양도차익 등에 대한 비과세'는 16억원에서 9억원으로 줄어든다.
예산 분류 기준에 따라 16개 영역으로 조세 지출을 분류한 결과 산업·중소기업·에너지 부문은 올해 11조3653억원에서 내년 11조4328억원으로 675억원 증가에 그쳤다. 전체 조세 지출에서 산업·중소기업·에너지 부문이 차지하는 비중은 오히려 감소(올해 29.39%→내년 28.72%)한다.
과학기술 부문의 조세 지출은 올해 39억원에서 내년 41억원으로 소폭 증가에 그쳤고, 비중은 올해와 내년 모두 0.01%로 여전히 미미한 수준에 머물렀다.
정부는 내년도에 429조원의 '슈퍼예산'을 편성하면서도 산업, R&D 부문의 재정 투입은 올해와 비슷하거나 적은 수준으로 결정해 문제로 지적됐다. 세금 혜택에서도 산업·R&D 부문을 홀대하는 것으로 밝혀지면서 정부의 산업 육성, 4차 산업혁명 대응 의지가 부족하다는 지적을 피할 수 없게 됐다.
국정 과제인 혁신 성장에 소홀하다는 목소리가 커지는 이유다. 정부는 재정 지원보다 제도 개선, 공정한 생태계 복원을 우선 순위로 두고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김동연 경제부총리는 “기업과 시장에 주는 메시지가 부족한 것 같다”면서 “앞으로 혁신 성장에 신경 쓰겠다”고 밝힌 바 있다.
업계는 정부가 일자리·복지·교육 부문에 정책 역량을 집중하면서 혁신 성장이 정책 이슈에서 밀려난 것으로 평가했다. 그러나 산업 육성 없이 일자리 창출, 경제 활성화가 어렵다는 점을 간과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와 관련해 익명을 요구한 정부 관계자는 “산업 육성은 자금 지원보다 규제 개혁 등 제도 개선이 우선이라는 게 문재인 정부의 정책 전반 기조로 보인다”면서 “앞으로도 예산, 세금 혜택 확대 등은 쉽지 않을 수 있다”고 말했다.
유선일 경제정책 기자 ysi@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