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효성 방통위원장, "단말기 자급제, 소비자 불편 고려해야"

이효성 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이 단말기 자급제 시행에 대해 유보 입장을 밝혔다. 논란이 된 글로벌 사업자와의 역차별 문제 해소는 강력 추진하겠다는 뜻을 피력했다.

이 위원장은 6일 박정호 SK텔레콤 사장, 황창규 KT회장, 권영수 LG유플러스 부회장 등 이동통신 3사의 최고경영자(CEO)들과 간담회를 가졌다.

이 위원장은 유통망에 투입되는 과도한 비용을 줄여 소비자 혜택을 강화하기 위해 단말기 자급제 도입을 검토해 달라는 한 CEO의 요구에 “단말기 자급제는 단말기와 통신서비스를 두 번에 거쳐 구입해야 하는 등 이용자 불편을 초래할 수 있기 때문에 신중하게 검토해야 한다”고 답했다.

이효성 방통위원장, "단말기 자급제, 소비자 불편 고려해야"

이용자 불편은 물론 급격한 유통 구조 변화를 이유로 단말기 자급제 시행에 신중한 입장을 표시한 것으로 해석된다. 당분간 방통위 차원에서 단말기 자급제와 관련해 세부 정책은 수립하지 않을 것이라는 뜻으로 풀이된다.

이 위원장은 10월 단말기 지원금 상한제가 폐지된 이후 이통 시장 안정화를 요구했으며, 단말기 지원금 분리공시에 대해서는 이통사의 협조를 당부했다.

이 위원장은 “이통 3사가 지나친 경쟁을 해선 안 된다”면서 “상생과 이용자를 위한 경쟁을 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이 위원장은 3사 CEO에 “(분리공시제로) 발생할 부작용에 대해 점검하고 노력하자”고 당부했다.

이 위원장은 논란이 된 글로벌 사업자와의 역차별 문제를 해소하겠다는 강력한 의지도 내비쳤다.

이 위원장은 “(이통 3사 CEO에게) 정보통신기술(ICT) 시장이 '기울어진 운동장'이 되지 않도록 노력하자”면서 “앞으로 국내외 사업자의 역차별 해소를 위해 시장 감시자로서의 역할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이 위원장과 이통사 CEO들은 이날 ICT 기반의 신사업 활성화를 위한 방통위와 이통사의 역할 논의에 많은 시간을 할애했다.

이 위원장은 “KT가 주축이 돼 5G를 선도하고, SK텔레콤과 LG유플러스도 각자 잘하고 있는 부분에서 최선을 다하고 있다”면서 “방통위는 규제 기관으로서 어느 정도의 선은 지켜야겠지만 이통사를 도와 대한민국의 먹거리와 미래 일자리를 창출하는 역할을 충분히 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고 표명했다.

이 위원장은 콘텐츠 사업이 이통사의 새로운 먹거리가 될 수 있다며 투자 확대를 주문했다. 이 위원장은 “넷플릭스는 사실상 방송사업자처럼 운영하면서 산업계에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면서 “이통사도 콘텐츠 확보가 중요하고, 투자도 확대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한편 이 위원장은 문재인 대통령이 직접 신성장 동력으로 내세운 스마트시티 사업에 대해서도 이통사의 관심과 협조를 당부했다. 이통사 CEO는 “3사가 스마트시티를 한 군데씩 맡아 하면 좋을 것”이라고 화답했다.

박지성기자 jisu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