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처투자업계의 인력난이 심각하다.
벤처투자시장에 역대 최대 규모 모태펀드 출자금이 풀렸지만 정작 이를 투자하고 운용할 인력이 없다. 모태펀드 출자도 펀드결성이 늘어나면 벤처캐피털(VC) 간 무분별한 '인력 빼가기' 등을 피할 수 없을 전망이다. 이런 상황에 신규 인력 지원사업을 위한 내년 예산도 전액 삭감했다.
5일 벤처투자업계 및 중소벤처기업부에 따르면 벤처투자 전문 인력 양성을 위한 투자전문인력양성사업 사업 예산이 2018년 정부 예산안에서 전액 삭감됐다. 중기부가 투자전문인력 육성을 위한 예산을 신청했지만, 심의 과정에서 제외됐다.
투자전문인력육성 사업은 1억5000만원을 투입해 처음 추진한 이후 2년 연속으로 예산이 배정되지 않고 있다. 이 사업은 벤처캐피탈협회가 교육 콘텐츠를 직접 개발하고 현직 심사역으로 강사진을 구성해 연세대, 서울대, 고려대, KAIST 등 주요 대학원에 '벤처투자론' 교육 과정을 개설하는 데 쓰였다. 이 과정을 통해 지난해 신규 심사역 총 7명이 벤처투자 시장에 첫 발을 디뎠다.
지난해 이 사업을 통해 VC 심사역 취업에 성공한 A씨는 “벤처투자에 관심이 있는 금융 관련 대학원생조차 어떤 방식으로 VC업계에 발을 들여야 할지 모른다”고 말했다.
창업투자회사는 당장 다가올 모태펀드 출자에 앞서 심사역을 확보해야 하지만 당장 펀드 결성 후 현장에 투입할 신규 전문 인력을 찾기 어렵다.
VC업계 관계자는 “펀드 자금을 따내는 것보다 정작 이를 뒷받침할 운용 인력을 구하는 일이 하늘에 별 따기”라며 “요즘 같은 분위기에서는 다른 창투사에서 사람을 빼오는 일도 눈치 보여 어렵다”고 말했다.
모태펀드를 출자하는 한국벤처투자도 이런 인력 수급 어려움을 반영해 펀드 결성 이후에도 심사역을 충원할 수 있도록 했다. 또 대표펀드매니저를 제외한 운용인력에는 전문 인력 자격을 요구하지 않기로 했다. 하지만 단기 대책에 불과하다.
벤처캐피탈협회도 인력난의 심각성을 인지하고 각사 대표로 구성된 인력위원회를 조직해 자체적으로 인력 수급 개선을 위한 대책 수립에 들어갔다.
벤처투자업계 관계자는 “모태펀드가 3차 정시 사업 출자 흥행을 우려해 그간 관행적으로 허용하지 않던 각종 요건을 크게 낮춘 것으로 보인다”며 “당장 펀드 결성에는 무리가 없겠지만 이대로 인력 부족 현상이 계속되면 창투사 경쟁력도 떨어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일선 VC들은 벤처투자 시장 인력 양성을 위해 중장기 인력양성 지원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입장이다.
김형수 벤처캐피탈협회 전무는 “기업투자촉진법 제정을 계기로 정부도 벤처투자업계 인력양성을 고민해야 할 때”라며 “벤처캐피털이 벤처기업과 함께 고급 일자리 창출에 기여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2016년 투자전문인력양성사업 운영 성과 (자료:벤처캐피탈협회)>
유근일기자 ryuryu@et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