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와 LG전자, 정부 관련부처가 손잡고 월풀이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에 청원한 세탁기 세이프가드에 공동대응한다. 정부와 민간이 보조를 맞춰 월풀 주장을 반박할 계획이다.
미국 ITC와 업계에 따르면 7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ITC 사무소에서 미국의 수입산 세탁기 세이프가드 조사에 대한 공청회가 열린다.
공청회에는 세이프가드 규제 대상인 삼성전자와 LG전자를 비롯해 한국전자정보통신산업진흥회(KEA)가 참석하고, 산업통상자원부와 외교부도 자리해 국내 업체 주장에 힘을 실어줄 예정이다.
공청회에서 삼성과 LG가 제시할 의견은 월풀 주장과 달리 미국 세탁기 수입이 예상치 못하게 급증하지 않았고, 이로 인해 미국 세탁기 산업이 심각한 피해를 본 것도 없다는 것이다. 산업부와 외교부 등 관계 부처도 월풀의 청원이 세이프가드 발동 요건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밝힐 계획이다.
삼성과 LG, 정부는 공청회에 앞서 ITC에 제출한 의견서에서 조사 대상 기간인 2012~2016년 미국 내 세탁기 출고가 30% 이상 증가하는 등 미국 세탁기 수요가 증가했고, 수입도 자연스럽게 늘었다고 지적했다. 또 월풀 영업이익률이 2012년 4.8%에서 2016년 6.5%로 되레 증가하는 등 미국 세탁기 산업이 세탁기 수입으로 심각한 피해를 보지 않았다는 부분도 밝혔다. 미국 업체 중 생산시설을 가동 중단하거나 직원을 구조조정한 사례도 없다고 강조했다.
삼성과 LG는 만약 월풀 세탁기 사업이 어려움에 처했다면 원인은 수입이 아니라 월풀의 잘못된 경영 판단이라고 지적했다. 월풀이 소비자 선호도가 뚜껑이 위에 있는 '톱 로드(top-load)' 세탁기에서 세탁물을 앞으로 넣는 '프론트 로드(front-load)'로 옮겨가는 추세를 감지하지 못하고 제품 혁신에 실패했다는 주장이다.
정부는 삼성과 LG가 미국 내에 가전 공장을 건설하는 점을 언급하고 월풀 청원대로 세탁기 부품까지 세이프가드 대상에 포함할 경우 이들 공장 가동이 어려워질 수 있다는 점도 밝혔다.
앞서 월풀은 삼성과 LG가 멕시코와 중국에서 세탁기를 생산·수출하다 미국이 이들 국가에 반덤핑 관세를 부과하자 베트남과 태국으로 생산지를 옮겨 우회 덤핑했다고 주장했다. 월풀은 특정 수량 이상으로 수입되는 세탁기에 반덤핑 관세를 부과해달라고 ITC에 요청했다.
공청회에 참가한 한 관계자는 “미국 수출을 위해 생산기지를 옮겼다는 월풀 주장은 과도하게 자국 입장만 생각한 주장”이라며 “정부와 업계 공동으로 월풀 주장의 부당함을 밝히겠다”고 말했다.
ITC는 공청회를 바탕으로 오는 10월 5일까지 월풀이 실제 피해를 봤는지 판정할 계획이다. 월풀 제소가 근거가 없다고 판단하면 청원건을 종료한다. 단 피해가 있다고 판정하면, 10월19일 2차 공청회를 진행할 예정이다.
세이프가드는 특정 품목 수입이 갑작스럽게 늘어 국내 제조업체가 피해를 받았을 때 도움을 제공하기 위한 것이다. 반덤핑 조사와 달리 외국 업체가 덤핑 등 불법 행위를 하지 않아도 국내 업체가 심각한 피해를 본 것으로 판정되면 수입을 제한할 수 있다.
권건호 전자산업 전문기자 wingh1@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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