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텔레콤이 음성으로 스마트폰 내비게이션 주요(10가지) 기능을 제어하는 기술을 선보였다. 가정용 스피커에서만 가능하던 기술을 운전 중에도 사용할 수 있게 됐다. 인공지능 음성인식 기술을 외부에 공개해 플랫폼화하겠다는 포부도 밝혔다.
◇T맵을 음성으로 제어···내비게이션 신세계
SK텔레콤은 T맵과 인공지능 플랫폼 '누구(NUGU)'를 결합한 'T맵×누구'를 7일 공개했다. 인공지능 음성인식 기능을 추가해 내비게이션을 음성으로 조작할 수 있도록 했다. 운전 중 내비게이션 조작으로 인한 사고 가능성을 줄여 안전성을 높일 것으로 기대된다.
이용자는 음성으로 목적지를 설정하거나, 주행 도중 바꿀 수 있고 경로에서 가장 싼 주유소를 들를 수 있다. 음성만으로 음량을 조절하거나 뉴스 브리핑, 도로교통 정보 제공, 전체경로 안내도 가능하다. 음악감상 등 10여가지 기능을 제공한다.
11월 업데이트를 통해 T맵 사용 중 전화가 오면 '운전 중입니다'라는 문자를 보내도록 음성 명령하는 기능도 추가한다.
SK텔레콤은 T맵×누구 음성인식률이 96% 수준이라고 소개했다. 창문을 닫고 시속 40㎞ 미만 주행할 때다. 시속 80㎞ 이상 고속으로 달리면 음성인식 성공률이 92%로 낮아지는 건 개선 과제다. 이날 을지로에서 남산을 잇는 실주행 환경에서 목적지 설정과 주유소 안내, 음악 재생 등을 음성으로 무리 없이 제어하는 장면을 시연했다.
SK텔레콤은 T맵 사용자가 늘어 음성인식률이 높아질 것으로 기대했다. 인공지능이 학습 가능한 데이터가 늘면서 성능이 개선된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7월 T맵을 다른 통신사 가입자에게 개방한 이후 현재 월 사용자가 1014만명에 이른다.
T맵×누구는 원스토어에서 이통사 관계없이(갤럭시S7) 무료로 다운로드할 수 있다. 구글 플레이 스토어에선 15일부터 가능하다. 아이폰에서는 10월부터 사용할 수 있다.
◇음성인식 플랫폼화 시동···“누구나 누구 쓸 수 있어”
T맵×누구 등장은 인공지능 음성인식 기술을 '플랫폼화'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각별하다.
스피커를 벗어나 음성인식 기술 적용 범위를 확장하는 계기를 마련했다. SK텔레콤은 10월 키즈폰, 12월 SK브로드밴드 인공지능 IPTV(B tv)로 누구 적용 범위를 넓히기로 했다.
내년에는 누구 기술을 타사에서도 사용할 수 있도록 '오픈 플랫폼'으로 공개할 계획이다. 다른 회사 가전제품이나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에서도 누구를 사용할 수 있도록 할 방침이다.
3월 말 조직개편을 전격 단행하며 CEO 직속 'AI사업단'을 신설한 이후 시장 대응 속도가 눈에 띄게 빨라진 점은 SK텔레콤 입장에서 고무적이다.
AI사업단 출범 이후 쇼핑 기능 추가, 금융 기능 신설, 누구 미니 출시, 누구×T맵 출시 등 불과 5개월 만에 누구 관련 신기술이 쏟아졌다.
세계 시장에서 아마존 에코, 구글 구글홈이 시장을 이끄는 가운데 국내에선 KT, LG유플러스, 네이버, 카카오 등 통신·포털 회사 간 AI 스피커 자존심 싸움이 펼쳐지고 있어 빠른 시장 대응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이상호 SK텔레콤 AI사업단장은 “T맵×누구는 자동차 생활이 진화하는 교두보가 될 것”이라며 “인공지능 누구 연결 대상을 자동차뿐 아니라 홈, 레저 등 다른 생활 영역으로 확대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김용주 통신방송 전문기자 kyj@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