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61년에 세워진 일본에서 가장 오랜된 자동차 양산라인 닛산 오파마(Oppama)공장. 겉으로 봐서는 낙후돼 보이지만 '기술의 닛산'이라고 불려온 명성이 그대도 묻어있다. 공장단지에 들어서자, 56년 역사의 고풍적 이미지와 함께 장인의 공간이라는 느낌이 들었다. 대부분 단층짜리 오랜된 건물이지만 사방엔 전기차 충전소가 있다. 충전소와 결합된 태양광 발전설비도 보였다. 공장은 세계 28만대 팔린 닛산 전기차 '리프(LEAF)'가 처음 태어난 곳으로 전기차 핵심기지다.
공장 1개 라인에서 전기차 리프뿐 아니라 '주크(Juke)', '큐브(Cube)', '노트(Note)' 등 하이브리드·가솔린차 구분 없이 생산한다. 연간 24만대 생산능력을 보유한 오파마 공장은 약 170만㎡(51만평) 부지에 차량 조립·생산공장과 기술연구소, 물류시설 등을 갖췄고 2600명이 근무한다.
공장 내부에 들어서자 자동차 조립라인이 바쁘게 돌아가고 있었다. 첫 눈에 들어온 건 공장 바닥 희미한 선을 따라 다니는 로봇도 아닌 선반작업대 같이 생긴 무인운반차(AGV·Auto Guided Vehicle)였다. 크기나 형태도 다양한 또 하나의 작업자다.
AGV는 전면에 이미지 센서 등을 장착해, 사전 프로그래밍된 업무를 처리한다. 바닥에 깔린 라인을 따라 사람의 조정 없이 공장 내를 오가며 물건을 실어 나른다.
필요한 부품을 작업 계획에 맞게 직접 선택해 운반한다. 일부 AGV는 2층 구조로 돼 있어 부품상자를 수거 하고 다시 채워 넣는 데 용이하다.
이동 중 장애물이 나타나면 스스로 멈추고, 조립라인의 작업자의 작업속도와 맞춰 움직일 수 있다. 알아서 무선충전하기 때문에 사람이 별도로 챙겨줄 일도 없다. 똑똑한 무인작업 파트너로 닛산의 자랑이다.
닛산 오파마 공장 관계자는 “AGV 도입으로 공정에 따라 작업 효율이 최대 15% 향상했고, 한 곳에서 전기차, 하이브리드, 가솔린차 등 주문에 따라 동시 생산할 수 있다”고 말했다.
AGV는 닛산 자회사인 아이치공업에서 제작해 2005년 오파마 공장에 첫 도입됐다. 이후 노하우를 축적해 단순 부품 운반뿐 아니라, 부품 선택, 대형 부품 운반 등으로 활용도를 높였다. AGV 종류만 10가지가 훌쩍 넘는다. 이후 닛산은 해외 공장에 AGV를 확대하면서, 경쟁 완성차 업체에서도 도입할 정도로 생산 경쟁력에 큰 역할을 감당한다.
생산라인 중반에 접어들자 리프 전기차 배터리 공정 구간이 나온다. 작업자는 가솔린 차량 작업을 마친 그 자리에서 '리프'가 들어오자 전용 배터리팩을 자동 장착한 후, 모니터를 보면서 배터리를 고정시켰다. 이후 나사를 조이면 공정이 끝난다. 내연기관의 엔진과 배터리 등 전기차 부품을 한 자리에서 조립하는 닛산에 생산기술에 다시 한번 감탄했다.
다니엘 스킬라치 닛산 EV사업 총괄부사장은 “1947년 첫 전기차를 개발한 후 70년간 쌓아온 노하우와 기술로 28만대 '리프'를 판매했다”며 “리프 누적 주행거리 35억km에 대한 데이터와 자율주행 기술까지 확보한 건 닛산 전기차뿐”이라고 강조했다.
요코스카(일본)=
박태준 자동차 전문기자 gaius@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