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이 핵폭탄 공격을 받았다.”
뉴욕 중심가에 핵폭발로 발생하는 버섯구름이 보이자 에바는 아파트 지하실로 황급히 달려간다. 운좋게 살아남은 이웃 7명과 대피 생활을 시작한다.
외부 세계는 완전히 파괴됐을 것으로 예상된다. 휴대폰과 라디오 등 모든 통신수단이 끊겼다. 8인의 생존자는 지하실 철문을 굳게 닫은 채 외부 구조를 기다린다.
희망의 빛은 이내 실망으로 바뀐다. 지하벙커 바깥에서 인기척이 들리고, 방호복을 입은 군인이 나타나자 생존자는 희망에 들뜬다. 그들은 친구가 아니라 적이었다. 방사능 치료제를 만들 목적으로 마지막 남은 건강한 사람을 잡아가는 정체불명의 군사 조직이 공격을 가했다.
군사조직을 물리치고 지하실에 남은 생존자는 지쳐간다. 비상식량은 떨어져가고, 지하실은 생존을 위해 서로를 죽이는 아비규환으로 변해 간다.
영화 '디바이드'는 북한이 핵위협을 가하고 있는 우리 현실에 남다른 의미로 다가온다.
우리나라는 가장 심각한 핵공격 위협을 받는 나라에 속하지만, 대피시설을 제대로 갖추지 못했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됐다.
핵전쟁과 자연재해에 대비한 민방위 대피소 방호도는 벽두께와 면적, 지하 시설의 넓이와 층수 등에 따라 1~4 등급으로 나뉜다.
이 중 핵공격에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1등급 대피소는 자체 발전시설과 오염 측정기, 핵 충격파를 막을 수 있는 방폭문과 2주 이상 비상식량을 갖췄다.
이같은 시설은 전국에 약 15곳, 수용인원은 1만~2만명 가량으로 파악된다. 서울시청과 같이 행정지휘시설로 이용돼 비상시 민간인 대피시설로 이용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한 수준이다.
2등급 대피시설은 고층건물의 지하 2층 이하 공간, 지하철, 터널 등이다. 3등급은 다층 건물의 지하층과 지하차도와 보도, 4등급은 단독주택 등 소규모 1, 2층 건물의 지하층이다.
영화 디바이드에 묘사된 아파트 지하실은 우리나라로 치면 2등급 대피시설에 해당한다. 영화와 달리 실제 핵폭발이 발생했을 때, 2~4 등급 대피소가 효과를 발휘할 수 있을지에 대해선 의문을 표하는 전문가가 많다.
전국에는 대피소 2만6000여개가 지정돼 있다. 북핵 위협이 있을 때마다 실질적인 생존이 가능하도록 안전을 점검해야 한다는 여론이 고개를 든다. 이유야 어떻든 안전을 점검하는 일은 아무리 반복해도 나쁘지 않다.
근본적인 대책은 핵전쟁을 막는 일이다. '평화'에 모든 우선순위를 둬야 한다.
박지성기자 jisung@etnews.com
-
박지성 기자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