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산업계 전반의 중국 리스크가 갈수록 커지고 있다. 중국 전기차용 이차전지 수요는 공급규제로 접근 조차 막힌지 오래다. 자동차 합작 공장은 가다서다를 반복하는 불안정 상태가 지속되고 있다. 유통·관광 분야는 아예 꽁꽁 얼어붙었다. 현지 매장은 대다수 폐쇄 또는 철수 수준을 밟고 있으며 한국내 대 중국인 산업도 휴업상태나 마찬가지다.
7월 청와대 대기업 총수 호프미팅에서 이 문제가 화두로 제기됐을 정도다. 외신을 타고 중국 정부에 밉보일 가능성이 농후한 상황에서도 주요 그룹 총수들은 작정한 듯 현실을 털어놓았다.
이는 중국 문제가 이미 기업 차원에서 풀 수위를 넘어섰음을 말해준다. 한국 정부가 중국 정부와 담판을 짓든, 딜을 하든 풀어야할 일이란 뜻이다. 우리 정부가 사드(THAAD)와 그에 앞선 북핵을 현재 상황의 원인으로 든다면 기업들로선 북핵이 사라질 때까지 중국 사업은 올스톱시키는 게 나을 지경이다.
한국 정부가 중국과 외교·안보 이슈에선 막혔더라도 산업·경제 채널은 열어두고 대화를 진전시켜 나가는 두 개 채널 전략을 끈기있게 밀고나가야 한다. 수교 25주년 정부 기념행사는 못열어도, 양국 기업인들이 만나 그간 협력 성과를 평가하고 공동 번영을 논하는 자리는 열어줬어야 한다. 물론 꿈쩍도 않는 중국 정부가 한국으로선 부담스러울 것이다. 그렇다고 손 놓고 일방적으로 당하고만 있을 바엔 정부 외교역량은 존재 이유가 없는 것 아닌가.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우리 산업계의 이 같은 현실적 요구를 안고 중국을 빠른시일 안에 방문하는 방안을 고려해야 한다. 일자리와 국내 투자에만 초점을 맞춘다면 중국은 정책 후순위로 밀릴 것이 뻔하다. 그렇게 뒤로 미룰수록 간극은 커지고, 문제 풀이는 요원해 진다. 중국을 놓친다면 우리 기업은 일본이 겪은 잃어버린 10년이 아니라 잃어버린 50년을 겪게될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