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 애플, 페이스북 등 미국 IT대기업이 유럽연합(EU) 세제 허점을 이용해 누리던 혜택이 사라질 위기에 처했다고 파이낸셜타임스가 9일 보도했다.
파이낸셜타임스에 따르면 프랑스와 독일, 이탈리아, 스페인의 재무장관들은 최근 EU 의장국과 유럽연합집행위에 보낸 공동 서한에서 이들 기업 이익이 아닌, 매출을 기준으로 세금을 부과하는 EU차원 세제 개편안을 마련할 것을 촉구했다.
서한은 브뤼노 르메르 프랑스 재무장관의 제안에 독일과 이탈리아, 스페인 재무장관이 호응해 이뤄진 것이다. 4개국 재무장관은 다음주 열릴 EU 28개 회원국 재무장관 회의에서 이를 의제로 삼을 방침이다.
이들은 “유럽에서 사업하는 이들 기업이 조세 당국에 최소한 세금만을 납부하는 것을 더는 받아들여서는 안된다”면서 “정상적인 법인세율을 적용하기 위해 '평형세(equalisation tax)'가 도입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프랑스 정부 한 관계자는 “평형세가 이뤄지면 2%에서 5% 사이 세율이 책정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덧붙였다.
구글과 아마존, 애플, 페이스북과 같은 미국 IT대기업들은 현재 EU 회원국에서 거둔 순익을 기준으로 세금을 낸다. 회원국별로 세율이 상이한 점을 이용해 부담을 크게 줄였다.
이들은 아일랜드와 룩셈부르크처럼 법인세가 가장 낮은 국가에 순익을 등록하는 방식으로 수십억달러 매출을 올리는 EU회원국에서 세액을 크게 낮추거나 아예 세금을 물지 않았다.
숙박공유 기업인 에어비앤비는 지난해 프랑스에서 10만유로(약 1억3000만원) 미만 세금만을 납부했다는 보도가 나오며 현지 여론이 악화됐다.
아마존은 2015년 영국에서 70억파운드(약 10조4000억원) 매출을 올린 것으로 추정돼지만 740만파운드(약 110억원) 세금만을 납부한 사실이 8월 밝혀졌다.
4개국 재무장관들은 15~16일 열리는 EU 재무장관회의에서 이를 거론하고 이달 하순에 열릴 EU정상회의에서 정치적 지지를 얻어 EU집행위가 연말까지 이를 이행할 구체적 방안을 마련할 것으로 보인다.
EU 차원 세제 개편이 법제화되기 위해서는 모든 회원국의 만장일치가 필요하다. 아일랜드와 룩셈부르크처럼 낮은 법인세를 미끼로 세수 증대를 노리는 회원국들의 지지를 얻는 것이 관건이다.
김시소 기자 siso@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