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금융투자업 심장부인 서울 여의도에 가상화폐 시세 전광판이 등장했다. 중국을 비롯한 주요국 가상화폐 성격 규정이 논란을 빚고, 우리나라에서도 온라인 거래사이트 해킹 사건 등이 벌어진 뒤 처음으로 선보인 오프라인 가상화폐 객장이다.
가상화폐 거래소 코인원은 11일 서울 여의도에 블록체인4D존 '코인원블록스'를 개장했다. 온라인 기반 가상화폐 거래소가 객장으로 만들어진 것은 세계 처음이다.
차명훈 코인원 대표는 이날 오픈 기자간담회에서 “고객은 시세 전광판에서 비트코인, 이더리움 등 6종의 가상화폐 시황 정보를 한 눈에 볼 수 있다”면서 “고객 중심 서비스로 시장을 선도하고 건강한 가상화폐 문화와 생태계를 만들기 위해 코인원블록스를 열었다”고 밝혔다.
코인원블록스는 사실상 기존 증권사 객장과 동일한 기능을 하게 된다. 매장에는 코인원 온라인사이트에서 거래되는 가상화폐 관련 블록체인 기술에 대한 설명서를 비치하고 전담 직원이 투자를 원하는 고객에게 상담을 해준다. 매장 내에 가상화폐를 현금으로 출금할 수 있는 현금입출금기(ATM)와 가상화폐를 개인 저장장치에 보관할 수 있도록 한 전자지갑 '하드월렛' 구입 도 가능하다.
코인원 관계자는 “가상화폐가 새로운 금융상품이자 새로운 금융기술이라는 측면에서 접근해 객장을 만들었다”면서 “은행이나 증권사와 같이 외연을 갖추고 건전하게 영업을 지속한다면 금융당국에서도 가상화폐 시장을 금융산업으로 받아들이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우리나라 가상통화 시장은 최근 확대일로다. 가상화폐 거래정보 사이트 코인힐스에 따르면 11일 오후 1시 기준 한국 원화를 이용한 비트코인 거래량은 글로벌 총 거래량 4.93%를 차지한다. 일본과 미국, 중국에 이은 규모다.
우리나라 금융당국 속내는 복잡하다. 가상화폐는 통화나 화폐, 금융상품에 해당하지 않는다며 공식 입장을 밝히고 거래투명성 확보와 소비자 보호를 위한 장치를 마련한지 열흘도 지나지 않아 예상치 못한 오프라인 객장까지 등장했기 때문이다. 코인원측이 거론한 지점 설립 등 인·허가 문제는 금융당국이 아직 검토조차 하지 못한 사안이다.
한 금융 당국자는 “이미 투자자 거래가 활발히 이뤄지고 있는 상황에서 금지 조치를 내리기도 어려운 상황”이라며 “앞서 밝힌 규제 방향대로 불법 행위에 대해선 엄정하게 대처하되 오프라인 객장 개설이 마치 '온라인 경마장'처럼 가상화폐 투기 수요 증가로 이어질 지 여부를 면밀히 살펴 추가 대책을 마련할 것”이라고 밝혔다.
유근일기자 ryuryu@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