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용자와 상호작용하며 기존과 다른 생생한 체험을 전달하는 초실감 콘텐츠는 '콘텐츠의 미래'라고 불린다. 미래 기술로 부상했다.
초실감 콘텐츠 대표주자는 가상현실(VR)이다. 연예인 360도 동영상, 게임, 훈련영상까지 다양한 용도로 개발이 이뤄진다. 시장조사업체 IDC는 세계 VR시장 규모가 올해 67억달러(7조8360억원)에서 2020년 700억달러(81조8650억원)로 늘어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증강현실(AR)도 지난해 게임 '포켓몬고' 열풍 이후 산업계와 대중의 주목을 받기 시작했다. AR는 현실 배경이나 이미지에 가상 이미지를 겹쳐 하나로 보여주는 기술이다.
그러나 당초 기대한 것과 다른 더딘 성장 속도에 우려감도 적지 않다. 일각에서는 콘텐츠업계 기대를 한 몸에 받았지만 개화하지 못한 3D 전철을 밟아가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시장조사업체 슈퍼데이터리서치는 지난해 VR시장 규모를 51억달러(5조7000억원)로 제시했지만 최근 자료에서 시장 규모를 18억달러(2조원)로 하향 조정했다.
인공지능(AI), 사물인터넷(IoT) 등 다른 미래 기술과 달리 초실감 콘텐츠에 유독 회의론이 제기되는 이유는 아직 진입장벽 대비 가치가 증명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VR는 플레이스테이션VR, 오큘러스리프트, HTC바이브 등 전용기기를 사야 제대로 감상할 수 있다. 가격이 떨어지는 추세지만 초기 가격 대부분이 100만원에 육박할 정도로 가격 부담이 크다. 슈퍼데이터리서치는 지난해 세계 VR기기 시장에서 플레이스테이션 VR는 75만대, HTC바이브는 42만대, 오큘러스 리프트는 24만대 각각 판매된 것으로 집계했다. 갤럭시7 구매자에게 무료 제공된 기어 VR만 450만대를 기록했다.
대체로 VR 도입이 빠른 게임 분야에서도 아직 모바일 게임에 비견할 만큼 성공한 작품은 없다. 넥슨, 넷마블, 엔씨소프트 등 국내 대형 게임사가 아직 VR 게임에 관망세를 보이는 이유다.
게임업계 관계자는 “아직까지 VR게임이 고가의 전용기기를 살 정도로 이용자에게 가치를 주지는 못한다”면서 “게임장르도 일인칭슈팅게임(FPS) 등 일부에 한정돼 있어 콘텐츠 연구가 더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AR기기는 아직 대중화되지 않았다. 구글, 애플 등 스마트폰 제조사가 관심을 보이는 등 생태계가 확대되고 있다. 구글은 스마트폰 제조사와 협력, AR플랫폼 '탱고'를 탑재한 스마트폰으로 확대한다. 애플은 개발자에게 아이폰 전용 AR 애플리케이션(앱)을 만드는 도구까지 공개, 차기 스마트폰 제품에 AR 기술을 탑재할 가능성이 짙어졌다.
AR안경 개발에도 여러 기업이 뛰어들었다. 애플은 1월 독일 렌즈업체 '칼자이스'와 함께 AR 안경용 렌즈를 개발하기로 제휴했다. 페이스북도 자회사 오큘러스를 통해 AR안경 개발에 가세했다. 마이크로소프트(MS)는 렌즈에 영상을 덧입히는 것을 넘어 홀로그램으로 보여주는 AR안경 '홀로렌즈'를 개발했다. AR안경 개발 스타트업 '매직리프'는 구글 모회사 알파벳과 중국 알리바바로부터 14억달러 규모의 투자를 받았다.
전문가들은 실감형 콘텐츠 시장이 시기상조라는 인식을 벗어나기 위한 가장 중요한 요건으로 '킬러 콘텐츠' 등장을 꼽는다. 신기함을 넘어 필수가치를 제공해야 한다는 것이다. 1개 서비스나 1개 기업만으론 어렵다. 앱, 게임, 영상 등 다양한 콘텐츠 생태계가 형성돼야 한다.
지식재산권(IP) 등 콘텐츠 자체 경쟁력도 중요하다. 기술과 접목해 가치를 높이는 작업도 중요하지만 콘텐츠 본연의 재미에 소홀하면 안 된다는 것이다. '포켓몬고' 성공 이후 다른 캐릭터 IP를 활용한 유사 게임 출시가 이어졌지만 아직까지 큰 성공을 거두지 못한 것도 이와 같은 이유에서다.
개인용 기기가 아니라 산업용, 기업간거래(B2B) 시장이 먼저 개화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초실감 콘텐츠도 PC방이 성공하면서 게임용 PC 보급이 확대된 것처럼 가치가 확대될 것이란 전망이다. VR·AR는 의료, 군사, 테마파크, 공연·전시 등 다양한 분야에서의 활용성이 기대된다.
정지훈 전 경희사이버대학 교수는 “PC방과 스타크래프트가 국내 게임 PC의 보급 확대를 이끈 것처럼 VR방, VR테마파크 같은 시설이 먼저 성공해야 소비자에게 가치를 설득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오대석기자 ods@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