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콘텐츠 산업 규모는 한 해 100조원에 육박한다. 분야는 출판, 만화, 음악, 영화, 애니메이션, 캐릭터, 방송, 게임 등 크게 여덟 가지로 나뉜다. 버팀목은 출판이다. 20조원을 홀로 책임진다. 다만 가계 지출 도서비 감소로 성장세가 주춤하다. 그사이 방송 기세가 매섭다. 효자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를 앞세워 맹추격하고 있다. 2019년 출판 매출을 넘어설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캐릭터도 다크호스다. 온라인 유통망이 확대되면서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게임은 상대적으로 완만한 상승 곡선을 긋고 있다. 나머지 네 개 영역은 한 해 매출이 10조원 미만이다. 성장 잠재력은 무궁무진하다. 만화는 1조원 안팎 매출에 그치지만 웹툰·오픈마켓 등 온라인서비스 매출이 늘면서 주목받고 있다. 음악도 아이돌 그룹 완성도가 견고해지면서 안정적 수익원을 확보했다.
영화는 분위기가 좋지만은 않다. 영화 상영·배급 규제 도입이 부담이다. OTT 매출에 힘입어 만회를 노린다. 애니메이션도 출산율 저하라는 악재를 만났다. 다양한 전송수단 등장에 기대를 걸고 있다.
콘텐츠산업이 발전하려면 강점을 극대화하고 약점을 극복해야 한다. 한국콘텐츠진흥원과 함께 국내 콘텐츠 산업의 SWOT를 분석했다.
◇강점(Strength): 탄탄한 내수·글로벌 경쟁력
출판 산업은 고정 팬 층이 두껍다. 교육열이 뜨거운 학부모가 든든한 우군이다. 견고한 교육·아동 도서 수요가 버팀목 역할을 한다. 때문에 출판사·서점 창업 수요도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국내 출판 업계는 학습 만화, 웹툰, 그림책 분야에서 글로벌 경쟁력을 확보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만화는 그림판이 많아졌다. 유료 웹툰 플랫폼이 전문화·다양화됐다. 포털에도 웹툰 플랫폼이 등장하며 만화 생태계가 구축됐다. 게임 산업은 온라인 장르별 글로벌 산업 선도 경험을 보유했다. 이를 바탕으로 게임 기획력, 그래픽 기술, 우수 개발자 풀을 갖췄다.
음악은 아이돌 그룹 인기에 힘입어 성장 속도를 높인다. 음악 페스티벌 중심 라이브 산업도 발전하고 있다. 음악을 소재로 한 예능 프로그램도 주목받고 있다. 대중음악 다양성도 확대되고 있다.
영화는 국산영화를 선호하는 탄탄한 내수시장을 버팀목으로 삼고 있다. 고(高)예산·광역 개봉 상업영화가 안정화에 접어들며 힘을 보탠다. 단편영화 플랫폼도 늘어나면서 창작 열기가 높아지고 있다.
방송 산업 힘은 선진국 수준 기획력, 제작 역량이다. 방송 제작 주체가 확대되면서 산업 전체 경쟁력이 올라가고 있다. 정부도 한류 확산 정책을 펼치며 지원 사격에 나섰다. TV는 든든한 지지대 역할을 한다. 우리 국민들이 지난 한 해 동안 가장 많이 한 여가 활동은 TV 시청이다.
애니메이션은 게임 산업과 연계한 선순환 구조를 만들었다. 라인·카카오 캐릭터는 해외 시장에서도 인기를 끈다. 캐릭터는 유아 대상 작품이 강세를 보인다. 컴퓨터 그래픽 기술이 발전되면서 제작 환경도 크게 개선됐다.
◇약점(Weakness): 산업구조 영세성·양극화
국내 출판 산업은 디지털화를 겪으면서 위기로 내몰렸다. 영세 중소기업 위주 산업구조는 지반이 더욱 약해지고 있다. 불투명한 유통구조도 돌파구 찾기를 어렵게 한다. 저자 발굴·양성 시스템도 체계적이지 못하다는 지적이다.
캐릭터 산업도 비슷한 고민을 한다. 산업구조 자체가 영세성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자생력이 약하다는 지적도 받는다. 할인점 중심 유통 방식도 성장에 걸림돌이다. 게임 산업은 규제에 발목이 잡혔다. 사행성을 뿌리 뽑겠다는 정책이 건전한 게임까지 옥죄고 있다.
만화는 플랫폼 간 양극화가 심화되고 있다. 전통 만화방 플랫폼이 붕괴하면서 격차가 갈수록 벌어지고 있다. 제한적 사업모델, 수익구조 정형화도 넘어야 할 산이다.
빈부격차 문제는 음악 산업에도 존재한다. 소수 상위 제작사가 시장을 과점하는 형태다. 음반 시장 수요, 음원별 라이프 사이클도 양극화가 심각한 수준인 것으로 전해졌다. 무료 스트리밍 서비스가 늘면서 음악은 공짜라는 인식이 확대되는 점도 부담이다.
영화는 극장 시장 포화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저성장기에 돌입했다는 우려가 나온다. 중·저가 예산 영화는 제작·유통 과정에서 난항을 거듭하고 있다. 애니메이션은 감독, 프로듀서 등 고급 인력이 부족한 실정이다. 배급·마케팅 능력도 떨어져 설자리가 좁아지고 있다.
방송 산업은 부가가치 창출을 위한 전문 인력 부족을 호소하고 있다. 방송사·제작사 간 상생 구조가 취약하다는 것도 약점이다. 급변하는 미디어 환경에 대처해야 한다는 숙제를 떠안고 있다.
◇기회(Opportunity): 한류·온라인 플랫폼 확대
한국 문학의 불모지이던 해외 시장이 조금씩 열리고 있다. 신경숙 작가의 '엄마를 부탁해'가 신호탄을 쐈다. 올 상반기 미국, 유럽 시장을 뚫었다. 아시아 10여 개 나라에도 차례로 출간될 예정이다. 이에 앞서 소설가 한강이 쓴 '채식주의자'도 일본과 중국으로 수출됐다. 출판 분야에도 한류 열풍 조짐이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캐릭터 산업도 뜨고 있다. 다양한 온·오프라인 캐릭터 유통망이 등장하며 캐릭터 공급량 증가를 이끌고 있다. 한류 현상까지 더해져 성장 잠재력이 커지고 있다. 둘리에 이어 마시마로, 뽀로로와 같은 스타 캐릭터도 꾸준히 탄생했다.
영화는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를 중심으로 매출이 늘고 있다. 업계는 국내 영화 공급량을 늘리면서 영화팬 확보에도 나섰다. 방송은 웹드라마, 다중채널네트워크(MCN) 온라인 플랫폼으로 재도약을 노린다. 방송통신 기술 발전도 새로운 기회로 여겨진다.
한류의 맏형 음악은 유명 연예인을 앞세워 시장을 넓힌다. 공연 도구나 연예인 관련 상품을 파는 '머천다이징' 회사가 각광받고 있다. 소비자 접근성을 높여주는 온라인과 모바일 음악 플랫폼 발달도 호재다. 게임은 항상 뜨거운 감자다. 기술 발전 속도가 빠른 대표 분야다. 최근에는 인공지능(AI)과 같은 신기술 접목 시도가 늘고 있다. 게임 이용자·가입자도 증가 추세다.
만화 시장에도 희소식이 들린다. 웹툰이 주도하는 온라인 플랫폼이 인기다. 신규 투자와 사업 모델 세분화도 활발하게 전개되고 있다. 애니메이션은 OTT, 머천다이징, 캐릭터와 연관된 부가서비스 사업에 청신호가 켜졌다.
◇위협(Threat): 저출산·고령화에 규제까지
출판 산업은 피할 수 없는 위기에 직면했다. 저출산, 고령화 현상이 걸림돌이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스마트 미디어 영향력이 확대되면서 전통적 가계 도서 구입비는 갈수록 줄고 있다. 교과서와 학습서가 전체 매출 60%를 차지한다.
애니메이션도 비슷한 고민을 하고 있다. 출산율이 떨어지면서 어린이 팬이 감소하고 있다. 캐릭터도 마찬가지다. 저출산, 고령화로 수요층이 점차 얇아지고 있다.
만화 업계에도 위기감이 감돈다. 온라인 수수료가 올라가면서 작가, 소비자 부담이 커지고 있다. 온라인 콘텐츠 심의도 강화되고 있다. 웹툰 플랫폼 사업자 간 경쟁이 심화되는 것도 악재다.
음악 산업 역시 온라인 수수료와 트래픽 비용이 발목을 잡는다. 고고도미사일 방어체계(THAAD 사드)로 대표되는 대외 정치 상황도 시장을 키우는 데 장애물이다. 사드 여파는 영화 제작에도 dkr 영향을 미친다. 국내외 영화 상영·배급 규제도 풀어야 할 숙제다.
게임도 규제를 많이 받는 대표 영역이다. 사행성 우려가 과도한 규제를 만들었다. 아케이드 게임은 생존을 걱정해야 할 판이다. 사드 여파로 중국 수출길도 막힌 상태다. 확률형 게임 아이템을 둘러싼 해묵은 갈등도 수년째 이어지고 있다.
방송은 광고 매출 감소를 걱정하고 있다. 다양한 플랫폼이 등장한 탓이다. 한한령으로 대표되는 방송 프로그램 규제도 이겨내야 한다. 외주제작사와 방송사 간 제작비 현실화와 저작권 양도 문제도 방송 산업 성장을 저해한다.
<콘텐츠 산업 분야별 SWOT 분석(자료=업계 취합)>
최종희기자 choijh@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