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젤게이트' 파동을 겪은 독일 대표 자동차 기업 폭스바겐과 메르세데스-벤츠가 '2017 프랑크푸르트모터쇼'를 통해 전기차 로드맵을 공개했다. 폭스바겐과 벤츠는 각각 200억유로, 100억유로를 전기차 분야에 투자, 라인업을 강화한다.
지난 130여년간 내연기관차 시대를 선도했던 메르세데스-벤츠 디터 체체 회장은 모터쇼 개막 전날 11일(현지시간) 미디어나이트 행사에서 “오는 2022년까지 100만유로를 투자해 50종 이상 전기차를 내놓겠다. 10년 내 모든 스마트 브랜드 차량을 전기차로 전환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미래 성장동력으로 '전기자동차'를 지목했다.
세계 최초 내연기관차를 양산한 벤츠가 전동화 전략을 발표한 것은 자동차 산업의 큰 이정표다. 벤츠는 1880년대 가솔린 엔진을 단 삼륜차 모토바겐을 내놓았고, 1920년대 디젤 엔진 상용차와 승용차를 처음 양산한 브랜드다.
벤츠는 모든 차량을 단번에 전기차로 바꿀 순 없지만, 순차적으로 차종 1개 이상에 하이브리드차나 전기차를 포함시켜 나갈 계획이다. 체체 회장은 “(디젤게이트로) 신뢰를 잃어 유감스럽다”면서 “벤츠는 디젤 엔진의 효율화와 전기차 전략을 동시에 추구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벤츠는 가까운 미래에 등장할 콘셉트카 2대를 공개했다. 1대는 도심에 최적화된 시티카, 1대는 초고능차인 하이퍼카다. 첫 번째 주인공은 '스마트 비전 EQ' 콘셉트로 벤츠의 미래 모빌리티 전략인 'C.A.S.E(커넥티비티·자율주행·카셰어링·전동화)'를 적용한 결과물이다.
벤츠는 고성능 부문 메르세데스-AMG 창립 50주년을 기념한 '메르세데스-AMG 프로젝트 원 콘셉트'를 공개했다. 내연기관차 퇴출 가속화와 전동화 전환이라는 시대의 흐름 속에서도 드림카로 불리는 초고성능차는 여전히 큰 관심을 받았다. 포뮬러원(F1) 기술을 적용한 하이퍼카를 목표로 개발된 메르세데스-AMG 프로젝트 원이 등장하자 세계 각국에서 온 취재진들은 일제히 환호성을 지르기도 했다.
폭스바겐그룹도 전기차 분야의 대대적인 투자 계획을 내놓고 향후 시장 선점을 자신했다.
마티아스 뮐러 폭스바겐그룹 회장은 폭스바겐그룹 나이트에서 “2025년까지 전기차와 하이브리드 80종을 개발, 2030년까지 (전기차 중심의) e모빌리티에 200억 유로(27조 2000억원)을 투자하겠다”고 밝혔다.
폭스바겐그룹 첫 번째 자율주행 콘셉트카 '세드릭'을 타고 등장한 뮐러 회장은 “2025년까지 전 라인업 4분 1이 전기차가 될 것”이라며 “연간 300만대 이상 전기차를 팔아 이 부분 세계 1위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2030년까지 그룹 전체 모델 300여종 모두 전기구동화(HV, PHEV, EV 등) 모델을 실현할 것”이라고 말했다.
뮐러 회장은 디젤 엔진의 필요성도 강조했다. 그는 “디젤엔진 등 내연기관은 전기차로 가는 다리”라며 “그때까지 투자 재원을 마련하기 위해 내연기관 차량을 판매해야 하고 이를 위해 끊임없이 개발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디젤게이트로) 우리는 많은 메시지를 얻었다”며 “더 이상 우리의 디젤엔진에는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프랑크푸르트(독일)=
정치연 자동차 전문기자 chiyeo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