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사와 신기술금융사가 창업투자회사와 손 잡고 벤처투자 시장에 뛰어들고 있다.
증권사 등 금융계열사의 자금조달 능력과 벤처캐피털(VC)의 우수 벤처기업 발굴 전문성을 동시에 확보하기 위한 포석이다. 금융 지주 단위 사모펀드(PE) 출자와 증권사 지점의 신탁형 벤처펀드 출자 등 다양한 형태로 금융권의 벤처투자 시장 확장이 이뤄지고 있다.
12일 금융투자·벤처투자업계에 따르면 올해 들어 증권사, 신기술금융회사와 창투사 간 벤처펀드 공동운용(CO-GP) 사례가 증가 추세다. 한국벤처투자에 따르면 올해 추가경정예산으로 편성된 3차 모태펀드 정시 출자에 참여한 조합 122개 가운데 6개 조합이 공동GP 형태로 접수했다.
수인베스트먼트캐피탈-신한캐피탈, 유니온투자파트너스-YG인베스트먼트, 신한금융투자-코그니티브인베스트먼트, 대교인베스트먼트-웰릭스캐피탈, 현대기술투자-유비쿼스인베스트먼트, 케이클라비스인베스트먼트-비하이인베스트먼트 등 6개 공동 GP가 출사표를 던졌다.
벤처캐피탈협회에 따르면 올해 결성된 78개 투자조합 가운데 7개는 공동GP가 차지했다. 앞서 2차 사업에서 관광펀드 운용사로 선정된 KB증권-SJ투자파트너스와 3차 모태펀드 출자가 완료될 경우 공동 운용 사례는 더욱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최근 증권사와 신기술금융사가 벤처투자시장에 출자를 확대하면서 공동 운용은 증가하는 추세다. 지난해 공동GP 결성 대부분이 자금력이 부족한 유한회사형(LLC) VC와 창투사 간 이뤄졌다면 올해는 신기술금융사 또는 증권사와 협력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실제로 올해 결성된 공동GP 조합 가운데 인터밸류파트너스와 어플라이드머터리얼스의 VC 조직인 어플라이드벤처스가 결성한 펀드를 제외한 나머지 펀드는 신기술금융사와 VC가 공동 운용하고 있다. 3차 모태펀드 출자에 접수한 공동GP도 대부분 신기사와 VC가 손을 잡았다.
벤처투자업계는 금융권의 벤처투자에 대한 관심이 증가하면서 전문성을 지닌 창투사와 협력 체계에 들어갔다고 분석한다. 한 벤처투자업계 관계자는 “증권사 또는 신기술금융사와 공동 운용을 할 경우 자금 조달에 필요한 출자자를 쉽게 확보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출자자가 위탁운용사에 관행으로 요구하는 우선손실충당 문제에서도 자유로울 수 있다”고 전했다.
증권사 및 신기술금융사 입장에서도 공동운용은 벤처투자 시장 진입을 위해 용이한 방법이다. 한 신기술금융사 관계자는 “모태펀드 출자 사업을 따내기에는 신기사보다는 창투사가 용이한 부분이 있다”면서 “모태펀드 출자 포트폴리오를 얻을 수 있을 뿐만 아니라 회수 측면에서도 협력할 여지가 많다”고 전했다.
신탁형 벤처투자조합 출자를 통해 운용 역량과 자금 조달을 결합하는 사례도 속속 등장하고 있다. 올해 초부터 한국투자파트너스 등 금융계열 VC 중심으로 이뤄지던 신탁형 벤처펀드 출자는 최근 독립형 VC에까지 확대되는 추세다. LP지분 세컨더리 펀드를 통해 신탁자금을 확보한 네오플럭스 외에도 대성창업투자까지 이달 초 중소벤처기업부에 신탁형 벤처펀드 결성 보고를 마치고 고액자산가 자금을 끌어들이고 있다.
한 증권사 지점 관계자는 “판교와 강남 중심으로 고액자산가들의 벤처투자 문의가 이어지고 있다”면서 “신탁자금의 빠른 유동화가 가능하다면 유망 비상장기업 포트폴리오를 가진 창투사와 협력이 새로운 투자 방식으로 각광받고 있다”고 전했다.
중기부 관계자는 “최근 금융투자업계부터 신기사까지 벤처투자 시장에 진입하려는 움직임이 활발하다는 것을 알고 있다”면서 “벤처기업에 모험자금이 원활하게 공급될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밝혔다.
<표> 2017년 신규 결성 공동 운용 위탁운용사(GP) 명단
자료:벤처캐피탈협회
유근일기자 ryuryu@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