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율주행차와 드론 등 미래 모빌리티 산업을 이끌 신기술이 등장하면서 여러 국가가 관련 법규 제정에 난항을 겪고 있다. 가장 먼저 자율주행차 규제를 푼 미국 네바다주와 캘리포니아주조차 아직 시험 운행을 허가하는 수준에 머물러 있다.
기술 진보보다 안전이라는 보수성을 강조하는 도로교통법 특성 때문이다. 글로벌 기업들의 적극적인 기술 개발에도 자율주행차가 자유롭게 거리를 누비려면 더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
자율주행차 사고 발생 시 책임의 소재를 규정하는 것은 상용화를 가로막는 가장 큰 문제다. 부분 자율주행의 경우 사고의 최종 책임이 대부분 운전자에게 돌아간다. 완전 자율주행 시대에 접어들면 자동차 제조사 책임으로 볼 수 있다는 주장이 제기된다. 사고 책임 소재의 불확실성은 향후 자율주행차 확산의 걸림돌이 될 전망이다.
자율주행차 불확실성은 자동차 보험 체계에도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자동차 제조사들은 자율주행차가 교통사고를 유발할 가능성이 거의 없다고 주장하지만 보험사는 사고 발생 상황을 가정해야 한다. 자율주행차가 교통사고를 일으킬 경우 운전 주체가 자동차인 만큼 제작사는 배상 책임을 면하기 어렵다. 운전자의 전방 주시 의무도 완전히 배제될 수 없다는 의견도 나온다.
기술 고도화에도 자율주행차가 연관되는 사고 발생 가능성은 여전히 존재한다. 자율주행차가 활성화될 경우 자동차에 법률 책임은 물론 윤리적 책임을 묻는 것이 가능한지가 중요한 이슈로 부각될 전망이다.
선진국들은 보험 업계를 중심으로 자율주행차 사고 책임에 대한 연구에 착수했다. 일본 보험사 도쿄해상일동화재는 자율주행차와 관련된 보험 시스템을 연구하는 전담 조직을 만들었다. 자율주행차 보급이 보험 시장에 미칠 영향과 사고 시 책임 소재 등을 연구하고 있다.
미국과 영국 등 자율주행차 시험 운행을 허용한 국가에서는 미래 보험 시장 변화에 대한 연구가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자율주행차는 교통사고 책임을 운전자에서 제조사로 전가할 가능성이 큰 만큼 제조사 역시 법규 변화에 큰 관심을 보이고 있다. 현재 교통사고의 책임은 대부분 운전자 과실을 중심으로 규정된다. 제조사가 책임을 지는 경우는 매우 드물다.
김양혁 LG경제연구원 선임연구원은 “자율주행차 상용화는 완성차 업체는 물론 전장부품과 소프트웨어(SW) 업체 등 자동차 시장의 가치 사슬 전반에 걸쳐 배상 책임을 확산시킬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김 연구원은 “자동차 판매 이후 사고 시 과실에 대한 책임이 중요한 이슈가 될 것”이라며 “관련 기업과 정부가 함께 자율주행차 사고 책임 문제를 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치연 자동차 전문기자 chiyeo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