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 35주년 특집Ⅱ]퍼스트무브 '서비스' <7>공유경제

공유경제가 일상생활 속으로 빠르게 파고들고 있다. 서울시 공공 자전거 '따릉이'는 하루 평균 2만여명을 실어 나른다. 첫 손님을 2015년 10월에 태웠다. 이후 1년 11개월 만에 대여 횟수 340만건을 넘겼다. 지난 6월 한 달간 50만건을 기록, 인기를 끌고 있다. 주차 공간을 나누는 '모두의 주차장'도 자리를 잡았다. 전국 4만개 공영·민영 주차장 정보를 위치기반 서비스로 제공한다. 민간 카셰어링 업체 '쏘카'와 '그린카'도 사업 영역을 넓히고 있다.

우버 프랑스(사진=전자신문DB)
우버 프랑스(사진=전자신문DB)

◇싼 가격·공익성 조화…지혜·경험까지 공유

공유경제는 사회 곳곳을 변화시켰다. 기존의 대량 생산 경제체계에 대항해 개인 간 거래 활성화에 기폭제 역할을 하고 있다. 교통, 공간, 물건, 재능 등 영역을 가리지 않는다. 국내 스타트업 마이리얼트립은 누구나 여행 가이드가 될 수 있도록 한다. 비전문가의 경제 활동 참여를 끌어낸 것이다.

공유경제 양대 산맥인 에어비앤비는 공간, 우버는 차량을 나눠 쓰는 서비스로 세계 시장을 평정하고 있다. 최근 지혜, 경험, 이야기를 공유하는 플랫폼도 등장했다. 유아, 책과 생활 잡화, 어린이옷을 빌려주는 업체를 비롯해 면접용 정장을 대여하는 곳까지 나왔다. 전문가들은 소유 개념 자체가 바뀌고 있다고 진단한다.

공유경제 '필살기'는 싼 가격, 사회 공헌, 차별화한 서비스다. 우버와 에어비앤비가 이를 입증한다. 에어비앤비는 지난 7월 4일 주말 미국 유명 관광지 5곳을 기준으로 에어비앤비 사용자가 주변의 거대 체인 호텔 이용객보다 숙박비 1500만달러를 아꼈다고 밝혔다. 호텔은 1박에 183달러인 반면에 에어비앤비는 120달러였다.

일자리 창출에도 기여한다. 지난해 말 기준 국내에서 에어비앤비를 통해 여행객을 받은 호스트가 9800명에 달했다. 2015년 말 5300명 대비 4500명이나 늘었다. 차량 공유 업체 우버도 세계 각지에서 일자리를 만들고 있다. 미국에서만 수십만개, 전 세계에서는 100만개 이상의 일자리를 양산했다.

사회 문제 해결에도 기여한다. 차량 공유 서비스는 교통 정체와 환경오염을 줄이고, 도로 건설에 쓸 돈을 아껴서 더 유용한 곳에 쓰도록 한다. 파생산업 등장도 기대된다. 개인 간 거래가 활성화되면서 이와 연관된 일자리가 생겨날 것으로 전망된다. 개별 소비자에게 맞춤형 상품을 추천해주는 직업이 탄생할 수도 있다. 거래를 대신해 주는 전문 대리인 탄생도 예상된다.

◇서비스 신뢰도·기존 산업 갈등 숙제

공유경제는 더 이상 낯선 개념이 아니다. 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등장했다. 저성장 시대에 걸맞은 새 경제 시스템으로 주목받고 있다. 공유경제는 남의 물건을 빌려 쓴다는 의미다. 기존의 대량 생산 위주 경제체제 대척점에 서 있다. 이윤 극대화를 노리는 대신 자원 절약과 공동체 의식 확산을 추구한다.

하지만 국내에선 공유경제 바람이 거세지 않다. 한국은행은 지난 5월 국내총생산(GDP) 통계에 반영되지 않은 공유경제 규모가 연간 명목 GDP의 0.005% 수준인 것으로 추산했다. 아직 넘어야 할 산이 많다는 방증이다.

공유경제는 개인 간 거래를 기반으로 한다. 의도가 불순한 누군가가 플랫폼을 악용해도 미리 손쓸 방법은 없다. 빌린 차, 숙소에 몰래카메라를 설치해서 범행을 저질렀다는 소식이 끊임없이 들리고 있다. 서비스 안정성과 신뢰도를 높여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기존 산업과의 마찰·경쟁도 부담이다. 국내 스타트업 콜버스랩은 공유경제 기반의 콜버스 사업을 펼쳤지만 택시 텃세에 밀려 사업 방향을 틀었다. 우버 택시도 비슷한 이유로 국내에서 자리 잡지 못했다. 에어비앤비도 불법 영업 논란에 빠져 있다.

정부 규제도 갈등을 부추긴다. 관련 법령이 없다보니 기존 법체계에 공유경제 사업을 끼워 넣는 실정이다. 일반인이 아닌 상인이 돈벌이 목적으로 플랫폼을 이용, 공유경제 취지를 퇴색시키기도 한다.

공유경제 참가자 인식도 개선돼야 한다. 중국의 공유 자전거, 농구공, 우산업체 여러 곳이 최근 문을 닫았다. 남의 물건이라고 함부로 쓰는 이용자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공유경제가 소비 대상이 아닌 소비 방식 변화라는 데 폭넓은 공감대가 필요하다고 진단했다.

<공유경제의 사회·경제 효과(공유경제정보센터 자료)>


공유경제의 사회·경제 효과(공유경제정보센터 자료)

<공유경제의 사례(공유경제정보센터 자료)>


공유경제의 사례(공유경제정보센터 자료)


최종희기자 choijh@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