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이노텍이 '셀프 승진 추천'이라는 파격적 진급 제도를 도입한다. 근속 기간과 상관없이 직원 스스로 승진 시기를 정해 심사를 받는다.
회사 구성원의 선택권을 직무에서 직급으로 확대하는 시도다. LG이노텍이 LG그룹 내 단독 시행하는 제도여서 주목된다.
LG이노텍은 내년 초부터 사무기술직 전 직원을 대상으로 '진급 셀프 추천제'를 적용한다고 14일 밝혔다.
이 제도는 쉽게 말해 자기 자신을 진급 대상자로 추천하는 것이다. 일례로 기존에는 '선임(대리·과장)' 근무 8년이 지나야 진급 자격이 부여됐다. 또는 직속 팀장 추천을 통한 조기 발탁이 있었다.
그러나 내년부터는 근속기간이나 팀장 추천 여부와 상관없이 LG이노텍 사무기술직 전 직원이 본인 스스로를 승진 대상자로 이름을 올릴 수 있게 된다. 올해 '선임'으로 진급한 경우에도 내년 곧바로 상위 직급인 '책임' 지원이 가능하다.
LG이노텍 관계자는 “직원에게 진급 기회를 공평하게 제공하고 경력 개발에 대한 구성원의 선택권을 더 존중하기 위해 '진급 셀프 추천제' 도입을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승진 심사 연도를 직접 결정함으로써 각자의 계획에 따라 경력을 관리할 수 있게 되고, 진급 준비가 부족한 사람은 심사를 연기해 탈락에 대한 스트레스를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번 인사 제도는 전문적이고 도전적 인재를 더 양성하겠다는 LG이노텍의 의지가 담긴 것으로 풀이된다.
준비된 구성원에게 더 큰 역할을 부여함으로써 조직 전문성과 효율성을 한층 강화하려는 복안이다.
진급 셀프 추천제는 LG그룹 전체 시행이 아닌 LG이노텍이 독자적으로 도입했다.
LG이노텍은 지난해 6월 생산직 현장 사원를 대상으로 호봉제를 전면 폐지하고 사무기술직과 같은 제도를 시행한 바 있다. 인사 체계를 역량과 성과 중심으로 확립하려는 시도가 이어지는 셈이다.
생산직 대상 호봉제 폐지는 대기업 노조가 있는 국내 기업에서 첫 시도였다. 회사는 당시 업무능력에 따라 조기 진급할 수 있는 '발탁 진급제'도 신설했다.
LG이노텍 관계자는 “직원 의지와 열정이 최우선”이라며 “꿈을 가진 구성원이 마음껏 성장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는 한편 공정하고 투명한 인사관리로 공감할 수 있는 인사제도를 만들겠다”고 강조했다.
LG이노텍은 지난 7월부터 수평적, 창의적, 자율적인 조직문화를 만들기 위해 직위와 연공 중심의 5개 직급 체계를 역할에 따라 사원·선임·책임의 3단계로 축소해 운영하고 있다.
윤건일 전자/부품 전문기자 benyu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