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재무부가 14일(현지시간) 미국 은행들을 겨냥한 사이버공격에 가담했거나 이란 혁명수비대를 도운 혐의를 받고 있는 기업 4곳과 개인 7명을 대상으로 경제 제재를 부과했다고 AFP 통신 등이 보도했다.
새 제재 대상은 엔지니어링 회사 1곳과 항공운송기업 2곳, IT기업 1곳 등이다.
이들 기업과 개인들은 국제 금융시스템으로부터 사실상 퇴출되고, 미국 내 자산에 접근할 수 없게 된다고 AFP는 전했다.
재무부에 따르면 이번에 제재 대상에 오른 'ITSec'라는 이름의 IT기업은 2011년 12월부터 2012년 12월 사이에 대형 은행들과 증권거래소를 포함한 최소 9개의 미국 금융기관을 상대로 벌어진 서비스거부 공격을 저지른 것으로 의심받고 있다.
당시 이 회사는 2007년부터 미국의 제재를 받고 있던 이란 혁명수비대를 위해 일한 것으로 재무부는 파악했다.
미국 뉴욕 연방대배심이 이 사이버공격 가담 혐의로 기소를 결정한 7명의 이란 국적자도 함께 신규 제재 대상에 올랐다.
이밖에 '사디드 카란 사바' 엔지니어링기업은 이란의 탄도미사일 개발을 주도한 혁명수비대 산하 조직과 계약했다는 이유로, 항공회사 2곳은 제재 대상인 이란의 항공사들에 미국산 항공기와 승무원 등을 제공했다는 이유로 각각 제재 명단에 포함됐다.
스티브 므누신 미 재무장관은 이날 성명을 내 “재무부는 이란 혁명수비대와 극단주의 테러리스트에 대한 지원, 진행 중인 시리아 내 폭력 활동, 미국 금융시스템을 불안정하게 하는 사이버공격을 포함한 이란의 도발에 대응하기 위해 계속 강한 행동을 할 것”이라고 엄포를 놨다.
이란에 대한 미국 정부의 신규 제재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2015년 타결된 이란 핵합의 파기를 원하는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이뤄져 귀추가 주목된다.
오는 20일 유엔 총회를 계기로 렉스 틸러슨 미 국무장관과 모하마드 자바드 자리프 이란 외무장관이 머리를 맞대는 자리가 그 시금석이 될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 취임 이후 처음 열리는 양국 외교수장 회동이기 때문이다.
복수의 외교관들은 AFP에 영국, 중국, 프랑스, 독일, 러시아, 미국과 이란이 페데리카 모게리니 유럽연합(EU) 집행위 부위원장 겸 외교·안보 고위대표의 사회로 이란 핵합의에 관해 논의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또한, 트럼프 대통령과 하산 로하니 이란 대통령의 유엔 연설도 이란 핵합의의 운명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은 핵합의에 따른 기존의 대(對) 이란 제재 면제를 일단 연장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CNN 방송 등 외신들이 보도했다.
핵합의에 따라 미 국무부는 90일마다 이란의 핵합의 준수 여부를 판단해 의회로 보고하며, 합의를 준수하고 있다고 판단하면 이란에 대한 제재 면제 결정을 다시 90일간 연장하고 있다. 이번에 트럼프 대통령은 다음 달 15일 전까지 제재 면제 연장을 결정해야 한다.
김지혜 기자 jihye@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