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스마트폰, 방송 카메라 수준 진화…초당 1000장 촬영 이미지센서 양산

3단 적층 이미지센서 11월부터 양산 예정...초당 1000장까지 촬영

삼성 스마트폰, 방송 카메라 수준 진화…초당 1000장 촬영 이미지센서 양산

삼성 스마트폰 카메라가 값비싼 방송 촬영 장비에 버금가는 수준으로 진화한다.

삼성전자가 1초에 사진 1000장까지 촬영할 수 있는 초고속 이미지센서를 개발, 양산에 들어가기 때문이다. 프로야구에서 오심 판정을 위해 쓰이는 '슬로 모션'과 같은 영상 구현이 가능해진다. 골프 스윙 자세를 교정하는 등 사물의 움직임을 면밀하게 포착해야 하는 영상 촬영에 유용하게 쓰일 전망이다.

17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오는 11월부터 '3단 적층 이미지센서'를 양산한다. 이 제품은 이미지센서 아래로 연산을 맡는 시스템반도체(로직칩)와 데이터를 임시 저장할 수 있는 D램 칩을 실리콘관통전극(TSV) 기술로 연결해서 적층한 구조로 만들어진다. 현재 특수 양산 장비를 발주했다. 다음 달 시험 가동 후 양산할 예정이다.

기존 프리미엄 스마트폰에 탑재된 이미지센서는 센서와 로직 칩으로 구성된 2단 적층 구조였다. 여기에 데이터를 임시 저장할 수 있는 D램 칩까지 붙으면 초당 약 1000장에 이르는 초고속 촬영 기술을 구현할 수 있다.

3단 적층 구조는 올해 초 세계 이미지센서 시장 1위 업체인 소니가 세계 최초로 상용화했다. 소니가 올해 내놓은 프리미엄 스마트폰 엑스페리아XZ, XZ1 등에 탑재됐다. 이 제품에는 마이크론이 생산한 1기가비트(Gb) D램이 탑재된다.

소니 제품은 이미지센서와 로직 칩 사이에 D램 칩을 끼워 넣은 구조다. 전 공정 공장에서 센서, D램 칩, 로직 칩을 웨이퍼 단위로 붙이는 일괄 공정 체제를 구축했다. 반면에 삼성전자는 기존의 센서+로직칩 2단 적층 구조를 만든 후 웨이퍼를 뒤집어서 열 압착(TC) 본딩 방식으로 D램을 붙이는 공정 방식을 사용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생산성과 원가 면에서는 전 공정 일괄 처리 체제를 구축한 소니가 유리하다. 삼성이 이 같은 구조와 공정 방식을 택한 이유는 특허를 피하기 위한 방편으로 보인다.

소니는 2단 적층부터 초고속 촬영이 가능한 3단 적층까지 새로운 구조 이미지센서를 세계 최초로 개발 상용화하고 있다. 후발 업체는 소니의 특허를 피해나가야 한다. 이 때문에 3단은 고사하고 2단 적층 구조를 상용화한 업체도 아직 삼성전자, 옴니비전 정도 밖에 없다. 삼성전자는 D램을 외부에서 조달할 필요 없이 내부에서 곧바로 받으면 되기 때문에 소니보다 부품 수급이 편하고 빠를 것으로 관측된다.

TSV 적층 기술은 제품 성능을 대폭 끌어올릴 수 있지만 그만큼 원가가 증가한다. 적층한 칩 가운데 하나만 불량이어서 3개 칩 모두를 버려야 하기 때문에 원가는 더 높아지게 된다.

업계 관계자는 “원가 상승에도 성능 확대 가치가 더 높기 때문에 주요 반도체 업계는 TSV 기술 활용도를 계속 높여 나가고 있다”고 전했다.

삼성의 3단 적층 이미지센서는 차세대 갤럭시 스마트폰에 탑재될 것으로 관측된다. 그동안 삼성전자 무선사업부는 소니와 삼성 반도체사업부 이미지센서를 절반씩 탑재해 왔다. 예를 들어 국내 출시 모델에는 자체 이미지센서, 미국 출시 모델에는 소니 이미지센서를 각각 탑재하는 식이다. 차세대 제품에도 동일한 부품 조달 전략을 활용할 것으로 관측된다.

다만 이 기술은 이미 소니가 자체 스마트폰에서 먼저 선보였기 때문에 무선사업부가 주요 핵심 기술로 적극 홍보할 지는 미지수다. 한편 애플이 최근 발표한 아이폰X의 고속 동영상 촬영 기술 사양은 풀HD 해상도 기준 초당 240장이다.

한주엽 반도체 전문기자 powerusr@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