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여곡절 끝에 선택약정할인율 25%제가 시행됐다. 소송까지 검토한 이동통신사는 정부 정책을 수용했다. 논란은 일단락됐지만 뒷맛은 개운치 않다.
20% 요금 할인으로 월 6만5890원인 KT의 '데이터 선택 65.8' 요금제에 가입한 고객은 월 3294원을 추가 할인받는다. 'LTE 데이터 선택 43.9' 요금제 고객이 추가 할인받는 금액은 월 2195원이다. 하위 요금제로 내려갈수록 추가 할인 금액은 적어진다.
누군가는 월 2000~3000원 할인에 만족할 수 있다. 그러나 두 달 동안 통신 시장에 불거진 갈등과 혼란을 고려하면 허탈감을 지울 수 없다.
이통사는 선택약정할인율 5%포인트(P) 상향으로 연간 수천억원에서 1조원까지 수익이 줄어들 것이라고 주장했다. 신규 투자 여력 감소는 두 번째 문제다. 당장 이통사가 손실 보전을 위해 부가 서비스 등 고객 혜택을 줄이거나 신규 요금제 요금 수준을 높일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이통사의 주장이 과장됐다고 하더라도 문제는 남는다. 이통사는 막대한 손실을 강조하며 결사항전을 다짐했지만 백기를 들었다. 고시에서 밝힌 '100분의 5 범위'가 20%의 5%(1%)인지 말 그대로 5%인지 법리 공방은 벌이지도 못했다. 결국 정부가 언제든 선택약정할인율을 30%로 올릴 수 있는 여지를 남겼다.
자율 경쟁이 아닌 통신비 인위 인하라는 비판이 제기됐다. 정권 초기에 공약 이행을 위한 지나친 포퓰리즘이란 지적이 비등했다. 가장 큰 문제는 일관된 정책을 유지하지 못했다는 점이다.
선택약정, 즉 '지원금에 상응하는 요금 할인'은 불필요한 단말 교체를 줄이고 자급제 시장을 활성화하기 위해 도입됐다. 약정이 끝난 이용자가 쓰던 폰을 계속 쓰려는 경우, 단말기를 선물하거나 외부(해외 등)에서 구입하는 경우를 위한 제도다.
가계통신비 부담이 큰 요인에는 고가 단말 할부금이 자리한다. 단말 교체가 줄면 궁극으로 가계통신비가 절감된다. 선택약정이 이동통신 단말기유통구조개선법(단통법) 가운데에서도 가장 큰 호응을 받은 것도 이 때문이다. 그러나 정부는 할인율을 높여서 요금을 깎는 직접 수단으로 제도를 전용했다. 잘 만든 제도의 취지를 스스로 무색하게 만든 것이다.
정부도 선택약정할인율 상향이 내키지 않았을 것이다. 통신사의 투자가 우리나라 정보통신기술(ICT) 산업에 미치는 영향은 정부도 잘 알고 있다. 단기간 내 공약 이행을 위한 방안을 마련하라는 압박에 내놓은 고육책인지도 모른다.
통신비 인하는 역대 정권의 단골 소재다. 소모성 논쟁을 줄이고 정책 효과를 높이는 길은 중장기 정책을 마련해서 시행하는 것밖에 없다. 통신비뿐만이 아니다. 5세대(5G) 이동통신 시대에 대비, 통신 산업 본원의 경쟁력을 높이는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
진입 규제, 신규 기술·서비스 도입과 활성화, 경쟁 촉진, 규제 완화 측면에서 10년을 내다보는 정책이 필요하다. 통신 시장은 10년 전에도 시장 포화와 성장 정체성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컸다. 중장기 통신 정책 로드맵을 통해 제2의 도약을 맞았다. 10년이 지난 지금이 새로운 중장기 정책을 마련할 골든타임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
안호천 통신방송 전문기자 hcan@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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