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분석]선택약정할인율 25% 후폭풍 거세진다

[이슈분석]선택약정할인율 25% 후폭풍 거세진다

선택약정할인율이 20%에서 25%로 인상된 15일 이동통신 3사 대리점과 고객센터에는 신규 가입은 물론 재약정을 통해 25%를 적용 받으려는 고객의 신청과 문의가 폭주했다.

갤럭시노트8 출시 효과가 겹치면서 선택약정 쏠림이 두드러졌다.

SK텔레콤이 15일 서울 을지로 T타워에서 삼성전자 스마트폰 '갤럭시노트8' 개통행사를 열었다. 갤럭시노트8 사전예약자들이 개통을 위해 길게 줄을 서 있다.
 윤성혁기자 shyoon@etnews.com
SK텔레콤이 15일 서울 을지로 T타워에서 삼성전자 스마트폰 '갤럭시노트8' 개통행사를 열었다. 갤럭시노트8 사전예약자들이 개통을 위해 길게 줄을 서 있다. 윤성혁기자 shyoon@etnews.com

삼성전자 갤럭시노트8과 LG전자 V30 예약구매자 90% 이상이 선택약정에 가입했다. 요금제에 관계없이 지원금보다 선택약정이 유리하기 때문이다.

선택약정할인율 상향으로 인한 시장 변화는 서막에 불과하다. 정부의 통신정책, 소비자의 휴대폰 소비 패턴, 이동통신사 재무구조와 경영 전략에 상당한 변화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선택약정할인, “요금개입 수단으로 변모”

할인율 25% 상향의 출발점은 국정기획자문위원회가 내건 '기본료 폐지' 정책이다. 국정기획위와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기본료 폐지를 논의했지만, 이통사에 법률로 강제할 수단이 없다는 벽에 부딪혔다. 기본료 폐지에 상응하는 요금인하 효과를 내기 위한 수단을 찾는 과정에서 이동통신 단말기유통구조개선법(단통법)에 규정된 선택약정할인율 상향을 선택했다.

이는 '형평성'이라는 선택약정할인 기본 취지와는 다르다는 점에서 논란 여지를 남겼다.

단통법에 규정된 선택약정할인 정식 명칭은 '지원금에 상응하는 요금할인'이다. 제조사가 직접 판매하는 자급제 단말기 또는 중고·외산 단말기로 이동통신 서비스에 가입하는 이용자는 할인 혜택이 전무하므로, 그에 상응하는 할인을 제공해야 한다는 문제의식에서 출발했다. 2014년 도입 당시에는 할인율도 12%로 제한적이었다.

선택약정할인율을 25%로 높인 결과, 지원금에 상응하는 게 아니라 지원금을 '넘어서는' 요금할인이 됐다. SK텔레콤 기준 갤럭시노트8 6만5890원 요금제 가입 시 지원금은 13만5000원이지만, 선택약정(2년)에 가입하면 요금할인액이 39만6000원이다.

◇'지원금을 넘어서는 요금할인', 최대 2700만명에 이를 수도

선택약정할인은 소비자에게는 혜택이 분명하지만 이통사엔 부담이다. 지원금은 이통사와 제조사가 분담하는 반면, 요금할인 부담은 전적으로 이통사 몫이다. 선택약정할인 효과는 중저가 단말기로 본격 확산될 전망이다.

과기정통부에 따르면 새롭게 휴대폰을 구매하는 전체 이용자 가운데 월평균 35%가 선택약정할인을 선택한다. 프리미엄을 제외한 중저가 단말기에서는 여전히 지원금을 선택하는 가입자가 크다는 의미다. 하지만 선택약정할인율이 25%로 높아지면 저가 단말기에서도 가입이 늘어나 평균 가입률이 50%를 넘어설 것이라는 게 정부 예측이다.

과기정통부는 선택약정할인율 상향과 이에 따른 가입자 증대효과로 6월 현재 1430만명인 가입자수가 2019년 1900만명까지 증가하고, 연간 1조원 할인혜택이 발생할 것으로 예측했다.

이통사와 증권사는 정부 예측을 넘어 선택약정할인 가입자가 5년 내 이통 3사 가입자 50%에 해당하는 최대 2700만명에 이를 수 있다고 전망했다. 이 경우 요금 수익 감소액은 1조7000억원에 이를 전망이다.

◇이통사 수익감소 '폭탄'…불확실성 제거해야

정부와 이통사의 전망치가 다소 엇갈리지만, 분명한 것은 이통사로서는 대규모 손실과 투자 여력 감소가 불가피하다는 점이다.

이통사는 선택약정 누적 손실 효과가 나타나는 것을 대략 2년으로 본다. 요금할인율이 높아지는 해에는 마케팅비 절약으로 영업이익이 상승하지만 그 이듬해에는 매출과 영업이익이 크게 감소하는 경향이 나타났다. 2015년 4월 요금할인율이 12%에서 20%로 오르자 이듬해에 SK텔레콤 매출 0.3%, 영업이익 10.1% 각각 감소했다. 시장 충격에 대응해 다른 요금제와 전략을 개발할 시간을 벌지 못한 결과다.

이통사 입장에서 더 큰 두려움은 불확실성이다. 과기정통부는 국정기획위에서 기본료 폐지를 주장한 일부 강경파 위원과 여론 압박에 떠밀려 선택약정할인율을 조정하는 선례를 남겼다. 이통사로서는 선거철 등 통신비 인하여론이 높아질 때마다 합리적 데이터가 아닌 여론에 떠밀려 경영과 재무구조가 불확실해지는 상황을 감내해야 한다.

과기정통부가 이제라도 업계와 소비자 여론을 수렴, 선택약정할인제도의 목적과 세부할인율, 조정 주기 등을 더 명확한 방향으로 정비해야 한다고 전문가는 지적한다. 통신비 인하 부담을 이통사에만 전가하는 방식이 아닌 단말기, 콘텐츠 등 시장 참여 주체 간 분담도 필요하다. 근본적으로는 소비자 혜택과 이통산업 발전의 균형점을 찾도록, 경쟁을 활성화하는 방향의 패러다임 전환이 필요하다는 조언이다.

신민수 한양대 교수는 “선택약정할인에 법리해석 논쟁을 명확하게 마무리지었다면 더 좋았을 것”이라면서 “이동통신사와 소비자 업계 이해관계 등을 고려해 제도의 선이 어디까지인지를 명확하게 합의해 나갈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김용주 통신방송 전문기자 kyj@etnews.com, 박지성기자 jisu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