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엘리베이터 케이블, 일반 천 같은 방호복…'소재혁신' 불붙은 KIST

'우주 엘리베이터'에 쓸 수 있는 초경량, 초고강도 케이블이 나온다. 두꺼운 방호복이 아닌 얇은 직물 형태 섬유로도 방사선을 막는 시대가 온다. 이 같은 미래 기술은 소재 혁신에서 출발한다. 기존 물질을 미세화·융합해 전례 없는 극한 물성을 부여하는 연구가 한창이다.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전북분원 복합소재기술연구소는 경량소재, 복합소재 등 재료 산업을 집중 육성하는 전라북도와 KIST 합작으로 2008년 설립됐다. 양자응용복합소재, 탄소융합소재, 다기능구조용복합소재 3개 연구센터를 갖췄다. KIST 분원 중 최대 규모(9만2000평)를 자랑한다.

KIST 전북분원 전경
KIST 전북분원 전경

올해 우주 개발용 극한 성능 복합 소재를 개발하는 '4U 복합소재 개발사업'을 시작했다. '4U'는 초경량(Ultra Lightweight), 초고강도(Ultra High Strength), 고전기전도도(Ultra High Electric Conductivity), 고열전도도(Ultra High Thermal Conductivity)를 의미한다. 기존 탄소섬유를 뛰어넘는 극한 물성을 구현, 우주 엘리베이터 케이블 같은 미래 소재를 개발하는 게 목표다.

탄소나노튜브(CNT)를 섬유로 만들어 응용한다. 6년간 300억원을 투자, 2022년까지 기존 탄소섬유 3배인 10기가파스칼(GPa) 비강도, 구리 수준 전기전도도를 구현한다. 고품질의 CNT 섬유를 제조하고 질화붕소나노튜브(BNNT)와 융합하는 게 중요하다.

우주 엘리베이터에 사용할 수 있을 정도의 성능을 구현하는 게 목표다. 우주 개발에 곧장 투입하지 않더라도 어떤 환경에서도 사용할 수 있는 '슈퍼 소재'의 응용 폭은 넓다.

KIST 전북분원 복합소재기술연구소 연구원이 실험에 몰두하고 있다
KIST 전북분원 복합소재기술연구소 연구원이 실험에 몰두하고 있다

KIST 관계자는 “CNT를 섬유화해 고강도로 만들면 T1000(탄소섬유)보다 우수한, 엄청난 힘을 지탱하는 곳에 사용할 수 있다”라면서 “10GPa에 머무르지 않고 더 발전시키면 우주 개발에 적용할 수 있는 우수한 신소재”라고 소개했다.

질화붕소나노튜브(BNNT)는 차세대 방사선 차폐 소재로 주목받는다. 질화붕소는 현재 산업에서 방열 소재로 알려졌지만 중성자 차폐 효과도 있다. 감마선을 차폐하는 금속, 하전입자를 차폐하는 수소와 융합하면 한 개 막으로 방사선을 차폐한다.

직물 수준의 얇은 방호복이 가능한 셈이다. 기존의 우주복, 방호복은 여러 소재를 적층한 형태다. 무겁고 유연성에 한계가 있다. 반면에 여러 차폐 소재를 원자 수준에서 복합화하고 섬유로 만들 수 있다면 시설 방호 패러다임을 '개별 방호'로 바꿀 수 있다.

KIST 전북분원 복합소재기술연구소 연구원이 실험에 몰두하고 있다
KIST 전북분원 복합소재기술연구소 연구원이 실험에 몰두하고 있다

미국 항공우주국(NASA)은 항공·우주 산업 적용을 염두에 두고 선진 연구를 수행한다. 캐나다 국가연구위원회(NRC)도 BNNT를 이용한 하이브리드 차폐를 연구한다. KIST는 고순도 BNNT 합성에 주력한다. NASA, NRC와 협력 연구를 수행하며 선진국 수준 기술을 확보했다.

KIST 관계자는 “실제 방사선 차폐 용도에 쓰이려면 BNNT를 고순도로 합성하고 섬유화하는 게 중요하다”면서 “NASA 등 선진국이 주도하고 있지만 우리나라도 소재 분야에선 동등 수준의 기술력을 확보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완주(전북)=

송준영기자 songjy@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