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게임이 중국에서 판호금지 조치가 풀리더라도 성공하기 쉽지 않다는 지적이 나왔다. 중국게임 수준이 한국게임과 비슷하거나 더 높아진데다, 현지 퍼블리셔들이 한국게임을 특별히 선호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판호는 중국에서 게임 등 콘텐츠를 유통하거나 출판할 수 있는 정부 허가다. 중국정부는 사드배치 논란이 본격화 한 3월부터 한국게임 신규 판호를 내주지 않았다.
단기적으로는 중국 게임산업이 한국게임을 배급하지 못해 입는 손해가 적을수록 판호 금지 제제가 풀리지 않는 악순환이 우려된다. 정부 차원의 강력한 대응이 필요한 시기라는 것이다.
류명 엑솔라코리아 대표는 20일 국회에서 열린 사드배치에 따른 '사드사태와 게임에 대한 긴급 간담회'에서 “판호만 적시에 발급되면 한국게임이 중국에서 성공할 수 있는가?라는 것을 고민해봐야 하는 시점”이라면서 “중국 퍼블리셔들이 한국 게임에 대한 니즈(needs)가 기존보다 많이 약해진 상태이기 때문에 중국 시장에 맞춘 게임 콘텐츠·시스템 개발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같은 지식재산권(IP)이라도 중국을 노린 콘텐츠로 새로 꾸미는 작업이 필요하고, 로컬 안드로이드 마켓에 각각 대응하는 결제 시스템을 소프트웨어개발키트(SDK) 등으로 보급해야 한다는 것이다.
엑솔라는 텐센트, 알리바바 등 중국계 업체와 네오플, 게임빌, 그라비티 등 국내 업체에 결제 시스템을 공급하는 회사다.
류 대표는 중국게임을 벤치마킹하는 것을 해답으로 제시했다. 중국 모바일게임에 최적화 한 플레이 방식과 비즈니스모델(BM)을 찾아야 한다는 것이다.
한국 게임산업 내부 경쟁력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이어졌다. 김병관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은 “산업 내부에서 대응하지 못한 것에 대한 일차적인 반성이 필요하다”면서 “한국 게임산업이 제로베이스에서 해외진출 전략을 새로 짜야한다”고 말했다.
웹젠 의장을 역임한 김 의원은 “중국 게임산업 관계자들은 만나면 중국게임 산업에 좋은 인재들이 계속 영입되고 있다는 느낌을 받는다”면서 “이에 비해 한국 게임산업 인재 풀은 정체되어 있다”고 지적했다.
김 의원은 “중국과 한국 게임산업은 서구권 시장 진출에 한계를 보이는 공통의 문제를 안고 있어 합작회사를 통해 새로운 기회를 만드는 협력 관계를 고민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한국게임 판호금지 해제를 위한 긴급 처방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올해 한국게임업계는 모바일과 PC온라인에서 '리니지2레볼루션' '배틀그라운드' 등 월 수천억원 매출을 올리는 대형 흥행게임을 내놨다. 이들 게임 중국 정식 출시가 늦어지면 한국 게임산업은 올해 최소 1조원 대 수입을 놓칠 것으로 보인다.
위정현 중앙대 교수는 “게임물관리위원회가 한국에 진출하는 중국게임을 좀 더 세밀하게 살펴봐야한다”고 주장했다. 한국 진출을 희망하는 중국 게임사가 손해를 인식할 만큼 심의를 강화하는 것이 문제를 해결하는 단초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최승훈 팔팔게임즈 대표는 “중국은 판호 금지 조치 전에도 (자국 산업 보호를 위해) 외산게임 판호를 늦추는 등 견제가 있었다”면서 “왜 한국 정부는 국내 콘텐츠 산업 보호에 소홀한가”라고 지적했다.
김시소 게임 전문기자 siso@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