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 프레이 옥스퍼드대 교수는 “미국 일자리 47%가 자동화로 위협받고 있다”고 강조했다.
칼 프레이 교수는 20일 판교 경기창조경제혁신센터에서 열린 '2017 빅포럼' 기조연설을 통해 이 같이 진단하면서 미래 일자리 변화에 대한 견해를 밝혔다.
그는 “1980년대 컴퓨터는 단순 계산 역할만 했지만, 현재는 인공지능 도입으로 기계가 스스로 학습하는 수준에 이르렀다”며 “로봇이 빠르게 인간을 대체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혁신 일자리에 대한 소신도 덧붙였다. 근로자 소득과 일자리는 새로운 경제 상황에 필요한 직무 기술을 습득할 때 늘어난다며 미래 산업 개척에 나서야 한다고 주문했다.
이날 행사에서 국내외 석학들은 일자리를 주제로 논의를 벌였다. 이들도 사회 혁신, 변화에 발맞춘 미래 일자리를 선점해야 한다고 한목소리를 냈다.
◇노동시장 경쟁 우위 선 로봇
칼 프레이 교수는 “100년 전부터 지금까지 노동시장은 기술을 동인으로 진화해왔다”면서 “여성의 사회 진출이 활발해진 이유도 기술 발전으로 가사 노동이 효율화됐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일자리 종류도 다양해졌다. 전화 교환원 같은 수많은 직업이 사라진 대신 농사만 짓던 농장에 전기가 들어오고 트랙터에 위성항법장치(GPS)가 달리면서 더 많은 신규 직업이 등장하기 시작한 것이다.
단순 반복 노동은 로봇 손에 맡겨지고 있다. 칼 프레이 교수는 “중년, 저소득층 남성 일자리가 크게 감소했다”면서 “인공지능은 이 같은 위협을 더 가속화시킬 것”이라고 우려했다. 고급 일자리도 예외는 아니다. 의료진단, 문서검토, 통·번역 분야에서 기계가 이미 인간의 실력을 바짝 따라붙었다.
칼 프레이 교수는 “법원 판결조차 인간은 본인 상태에 따라 결정을 달리할 수 있지만 기계는 그렇지 않다”면서 “노동시장에서 기계는 인간 대비 경쟁 우위에 설 것”이라고 예상했다. 하지만 빈틈은 있다. 창의성, 사회적 지능은 인간이 앞서는 영역이다. 이를 기반으로 새 일자리 발굴이 가능하다는 게 칼 프레이 교수 생각이다.
4차 산업혁명이 일자리 감소로 이어질 것이라는 위기론에 대해서는 “자동화 속도가 그리 빠르진 않을 것”이라며 “기술 변화·발전을 사회가 법적·제도적으로 감당하기까지 많은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다”고 반박했다.
칼 프레이 교수는 “일자리가 디트로이트에서 실리콘밸리로 이동하는 등 지역, 세계 단위로 요동치고 있다”면서 “변화의 흐름에 발 빠르게 대비한다면 일자리 걱정을 덜 수 있다”고 강조했다.
◇경기도, 사회 혁신 청년에 급여
남경필 경기도지사는 사회 혁신을 위해 일하고 싶은 청년들에게 기본 급여를 주겠다고 약속했다. 그는 “4차 산업혁명으로 제기되는 일자리 감소에 대비해 '기본근로제도'를 구축하겠다”고 밝혔다. 남 지사는 이어 “일하는 청년이 지역사회 변화를 만드는 체인지 메이커가 되도록 지원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남 지사는 기술 발전으로 감소하는 일자리 문제를 창업으로 푼다. 혁신적 사고와 아이디어만 있으면 누구나 기회를 가질 수 있도록 스타트업 캠퍼스를 구축하고 있다. 스타트업이 단단히 뿌리내릴 수 있는 창업 생태계 조성에도 나섰다.
남 지사는 “열정과 아이디어만 있으면 창업할 수 있는 하드웨어·소프트웨어 스타트업 플랫폼을 세우겠다”면서 “청년들이 평생 도전할 수 있는 생태계를 만들겠다”고 약속했다.
유능한 창업가도 키운다. 근간은 교육이다.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적합한 사회적 기업가를 육성, 지원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경기도는 지역 공동체 학습 플랫폼 '따복스터디'를 운영하고 있다. 미래 인재 양성과 학습형 일자리 창출 지원 사업이다.
◇양질 일자리 증가, 반복 노동 감소
이민화 창조경제연구회 이사장은 4차 산업혁명 시대가 되면 일자리가 더욱 늘어날 것이라고 확신했다. 그는 “기술과 욕망의 상호 관계를 통한 진화적 변화를 산업혁명이라고 부른다”면서 “커지는 인간의 욕구가 일자리를 증가시킬 것”이라고 주장했다.
과거 생존과 안정을 추구하던 단순 욕구가 3차 산업혁명을 거치면서 고도화됐다. 사회적 연결 욕구로 발전, 정보 혁명을 이끌었다. 4차 산업혁명 시대 인간의 욕구는 더 커졌다. 자기표현과 자아실현을 추구한다. 지능혁명 사회로 변신을 앞두고 있다.
팽창하는 욕구는 일자리를 다양화, 지능화, 개인화시킨다. 이 이사장은 “역사상 기술 혁신 때문에 일자리를 줄인 적이 없었다”며 “고도화되는 인간 욕구에 맞춰 일자리가 진화해왔을 뿐”이라고 설명했다.
제조업 일자리 감소 우려에 대해선 “육체적·정신적 반복 노동은 로봇과 인공지능이 대신하겠지만 전체로 보면 일자리 질과 종류는 크게 개선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 이사장은 “혁신 성과를 사회와 공유하는 가치 분배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면서 “사회 내 일자리 선순환 안전망을 만들어야 한다”고 제안했다.
최종희기자 choijh@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