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연구진이 미지의 영역이던 유기 고분자의 움직임을 '그래핀 주머니'를 이용해서 관찰하는데 성공했다.
기초과학연구원(IBS·원장 김두철)은 스티브 그래닉 첨단연성물질 연구단장(울산과학기술원 특훈교수)가 이끄는 연구팀이 매우 얇고 투명한 그래핀 박막으로 유기 고분자를 감싸 내부 움직임을 파악하는데 성공했다고 20일 밝혔다.
고분자는 체내 신호물질 DNA, 단백질을 이루는 무거운 분자다. 인체를 움직이는 핵심 요소지만 관측이 어려워 어떻게 작동하는지는 알려지지 않았다. 고배율 관측에는 전자빔을 투과시켜서 정보를 읽는 투과 전자현미경을 이용하는데 내부의 높은 진공 상태가 액체층을 증발시키고, 전자빔을 쪼일 때 손상이 발생하는 문제가 있다.
연구팀은 두 장의 그래핀으로 액체층을 감싸는 일명 '액체 그래핀 셀'을 활용해 전자현미경 안에서 액체층이 증발하는 것을 막고, 전자빔으로 인한 손상도 줄였다.
별다른 추가 과정 없이 그래핀 셀 너머 액체층을 관측할 수 있는 방식도 개발했다. 그래핀은 투명해서 소재를 투과해 볼 수 있지만 더 자세한 영상을 얻기 위해서는 고분자에 색을 더하는 과정이 필요했다. 연구팀은 그래핀 두께를 2~5겹으로 최적화, 전자현미경에서 나온 전자의 산란을 막아 고분자 관측을 더 잘할 수 있도록 했다.
연구팀은 고분자가 그래핀 표면과 흡·탈착하면서 위치를 바꾸는 '점프 현상'을 고해상도 이미지로 확인했다.
논문 제1저자인 마나사 칸둘라 연구위원은 “이번 성과를 바탕으로 고분자가 어떤 운동을 하는지를 생체와 비슷한 환경에서 볼 수 있게 됐다”면서 “의료, 산업계의 지식 저변을 늘릴 수 있을 것”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대전=김영준기자 kyj85@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