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바, SK 등 한미일 매각 결의…막판 뒤집힐 가능성도

일본 도시바가 SK하이닉스와 베인캐피털 등이 포함된 한·미·일 연합에 낸드플래시 메모리 자회사 도시바메모리 매각을 승인했다. 그러나 앞선 사례와 마찬가지로 이 같은 승인 역시 법률 구속력이 없기 때문에 실제 계약서를 쓰기 전에는 언제든 결정이 뒤집힐 수 있어 지켜볼 필요가 있다.

도시바, SK 등 한미일 매각 결의…막판 뒤집힐 가능성도

로이터와 교도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도시바는 20일 오전 열린 이사회에서 한·미·일 연합을 인수 대상자로 선정했다. 이 연합에는 한국 SK하이닉스와 미국 베인캐피털, 일본 관·민 펀드인 일본산업혁신기구(INCJ)와 정책투자은행 등이 참여하고 있다. 최근 미국 애플과 델도 연합에 합류한 것으로 알려졌다.

도시바 결정은 또 바뀔 수 있는 것으로 관측됐다. 실제로 도시바는 이날 오전까지도 또 다른 잠재 매각 대상자인 웨스턴디지털(WD)과 협상을 벌인 것으로 전해졌다. 업계 관계자는 “WD가 배제될 경우 각종 소송 등을 감내해야 하기 때문에 이들로부터 조금 더 좋은 조건을 끌어내기 위한 포석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에 앞서 도시바는 지난 6월에도 SK 등이 포함된 한·미·일 연합을 우선협상 대상자로 선정했다가 돌연 WD에 도시바메모리를 팔기 위해 협상을 이어 가는 등 오락가락한 모습을 보여 왔다. 지난 주 이사회에서는 SK, WD, 홍하이가 각각 포함된 여러 진영과 재차 매각 협상을 이어 나갈 것이라고 발표했다. 이 과정에서 도시바는 도시바메모리 매각가를 계속 높여 왔다.

물론 도시바도 무작정 이 같은 줄다리기를 계속 이어 갈 수 없는 상황이다. 내년 3월까지 매각 작업을 모두 마무리해서 채무 초과 상태를 해소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렇지 못할 경우 상장이 폐지되고, 채권단은 막대한 대손충당금을 쌓아야 한다. 당장 도시바가 9월 말 상환해야 하는 채권이 6800억엔(약 7조원) 규모다. 채권단은 최종 계약이 이뤄져야 빚 상환 기간을 연장해 줄 것이라고 밝히고 있다. 이에 따라서 이달 말에는 어떻게든 최종 결정이 날 것으로 보인다.

업계 관계자는 “이번 거래는 법률 구속력이 있는 계약서에 사인을 해야 비로소 확정되는 것”이라면서 “이달 말이 거래를 끝내야 하는 이른바 최종 '레드라인'인 만큼 아직 결론을 단정하긴 이르다”고 말했다.

한·미·일 연합이 도시바메모리를 인수하더라도 SK하이닉스 입장에선 당장 실익은 크지 않을 것이라는 시각이 있다. 초기에는 대출 형태로 인수에 참여하는 데다 추후에도 15% 이상의 지분은 확보할 수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몇 번의 협상을 거듭하는 동안 애플과 델 등 참여자가 많아졌다. 또 다른 의미에선 견제 세력이 생겼다는 의미다.

한편 애플과 델 같은 다국적 스마트폰, PC 서버 업체들이 도시바메모리와 피를 섞게 되면 1위 메모리 업체인 삼성전자의 입지가 약화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한주엽 반도체 전문기자 powerusr@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