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연구진이 전통한지를 이용해 유연성을 갖춘 슈퍼 커패시터를 개발했다. 고출력 대용량 플렉시블 소자 플랫폼을 제공할 것으로 기대된다.
조진한 고려대 교수팀은 이승우 미국 조지아텍 교수팀과 공동으로 전통한지를 이용해 높은 순간 출력을 내는 최고 성능 슈퍼커패시터 소자를 개발했다고 21일 밝혔다.
슈퍼 커패시터는 기존 커패시터(축전기) 용량을 향상시킨 에너지 저장소자다. 일반 이차전지보다 충전량은 적지만 순간 출력이 리튬전지의 5배에 이를 만큼 높다.
종이, 천 같은 직물 소재는 표면적이 넓고 가볍고, 유연하다. 전기·전자 소자에 적용하면 넓은 전극 면적을 요하는 플렉시블·웨어러블 소자를 만들 수 있다.
절연성이 강해 기존에는 탄소 기반 전도성 물질을 도입하려는 시도가 이뤄졌다. 전기전도도가 낮고 에너지 밀도를 높이는 데 한계가 있었다.
연구팀은 새로운 단분자 리간드 층상자기조립법을 이용했다. 물질 간의 강한 친화력을 이용해 물질을 교차로 적층, 박막을 만하는 상향식 나노 제조 기술이다. 직물소재 표면에 나노 크기의 금속, 금속산화물 입자를 균일하게 코팅했다. 금속 종이전극을 집전체로 한 유연성이 좋은 종이 슈퍼커패시터 제작에 성공했다
전극은 직물 소재 특성을 그대로 유지하면서 금속 수준의 전기전도도를 나타냈다. 단분자 리간드 층상자기조립법을 직물 소재 에너지 소자에 구현한 첫 사례다.
조진한 교수는 “무기 나노입자를 직물 소재에 직접 코팅해 전기·전자소자에 적합한 전극을 제작한 첫 사례”라면서 “전 공정이 용액 속에서 진행되기 때문에 다양한 형태 소재에 적용할 수 있고, 표면적을 키우기도 쉽다”고 강조했다.
연구 결과는 국제학술지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즈'에 실렸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 한국연구재단 기초연구사업(개인연구) 지원으로 수행됐다.
송준영기자 songjy@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