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명수 대법원장 후보자 임명동의안이 국회를 통과했다. 헌법재판소장과 대법원장이 동시에 비는 헌정 사상 초유 사법부 공백 사태를 피했다.
김이수 헌재소장 낙마로 흔들린 더불어민주당은 전열을 가다듬고 사법부 개혁에 속도를 낸다. 캐스팅보트를 쥔 국민의당의 존재감이 다시금 부각됐다. 자유한국당은 대여 투쟁 동력 약화가 불가피하다.
국회는 21일 오후 본회의를 열어 김 후보자 임명동의안에 대한 무기명 투표를 실시했다. 출석 의원 298명 가운데 찬성 160명, 반대 134명, 기권 1명, 무효 3명으로 가결 처리했다.
표결은 김이수 헌재소장 후보자 인준 부결 사태 직후 정국의 중대 고비로 떠올랐다. 여당은 김이수 후보자 부결과 박성진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후보자 자진사퇴에 이어 김명수 대법원장 후보마저 낙마할 경우 치명상을 피할 수 없었다. 한국당은 김명수 후보자도 낙마시켜 대여 투쟁에서 승세를 굳힌다는 전략이었다.
국민의당은 의도대로 '캐스팅보트'로서 존재감을 재차 부각시켰다. 더불어민주당 의석수는 121석에 불과하다. 표결에 호의적이었던 정의당(6석)과 새민중정당(2석), 정세균 국회의장까지 합쳐도 130석에 불과, 최소 30표가 야당에서 추가로 넘어온 것으로 분석된다. 국민의당 의원 40명 가운데 절반 이상이 찬성표를 던진 것으로 보인다. 향후 정부 개혁법안 처리 과정에서도 국민의당의 협조가 '필수조건'이 됐다.
여야 지도부는 엇갈린 반응을 보였다.
추미애 민주당 대표는 본회의 직후 기자들과 만나 “국민의 바람을 국회가 무시할 수 없었던 결과라고 본다”고 평가했다. 우원식 원내대표는 “찬성표를 함께해 준 야당 의원들께 진심으로 감사한다”면서 “오늘 이 승리는 헌정사에 협치라는 새 장을 연 위대한 승리”라며 공을 야권으로 돌렸다.
정우택 한국당 원내대표는 “국회에서 민주적 투표에 의해 결정됐기 때문에 국회에서 결정된 사항에 대해 존중한다”면서도 “다만 부적격적 측면이 면죄부를 받은 것은 아니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동철 국민의당 원내대표는 “문재인 정부의 일방적 국정 운영과 말로만 협치에 심정적 거부감이 있었는데 이성이 감성을 누르고 이겼다”고 평가했다.
청와대는 김명수 대법원장 후보자 인준안이 통과되자 국회에 감사의 입장을 전했다. 윤영찬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은 브리핑을 통해 “사법부 수장 공백 사태를 막기 위해 같은 마음으로 동의안을 처리해주신 입법부에도 감사드린다”며 “저희도 이 같은 뜻을 받들어 더욱 협치하고 소통하는 데 힘쓰겠다”고 밝혔다.
최호 산업정책부기자 snoop@et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