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과 미국 빅2 시장에서 판매 감소로 고전 중인 현대자동차가 신흥 자동차 대국으로 떠오른 인도 시장에서 고속 질주를 이어가고 있다. 현대차는 2020년까지 인도 시장에 신차 8종을 순차적으로 출시하는 등 현지 투자를 강화할 방침이다.
현대차 인도법인은 지난달 23일 출시한 소형차 5세대 신형 베르나(국내명 엑센트)의 8월 말까지 출고 대수가 4779대로 집계됐다고 24일 밝혔다. 출시 일주일만의 성과다. 같은 기간 계약 대수는 7000여대를 넘어섰다. 기존에 판매했던 4세대 베르나의 월평균 판매량은 1000여대에 불과했다.
신형 베르나의 돌풍에 힘입어 현대차 인도법인 8월 내수 판매는 4만7103대로 전년 동기 대비 9% 증가했다. 현대차는 신형 베르나의 주문 폭주에 따라 생산량을 늘려 10월 초 인도 최대 명절 디왈리 전에 1만대를 출고할 계획이다.
현대차는 인도 남부 첸나이 공장을 신형 베르나 수출거점으로 삼고 있다. 현대차 인도법인은 신형 베르나를 연간 13만대 생산해 5만대를 현지에 판매하고 나머지 8만대를 중동, 아시아, 아프리카, 중남미 등에 수출하기로 했다.
현대차 인도법인 관계자는 “신형 베르나는 애초 6만대 수출을 목표로 했다 8만대로 늘렸다”며 “신형 베르나는 현대차 인도법인 수출에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현대차는 인도 시장이 지닌 높은 성장 잠재력에 주목, 투자를 강화하고 있다. 인도는 세계 5위 자동차 시장으로 지난해 판매된 자동차는 295만대에 달한다. 시장조사업체 IHS에 따르면 인도는 2020년까지 중국과 미국에 이어 세계 3위 시장으로 부상할 것으로 전망됐다.
인도 승용차 시장에서 마루티 스즈키에 이어 수년째 점유율 2위인 현대차는 지난해 인도 내수시장에서 50만537대를 판매하며 처음으로 50만대 판매를 돌파했다. 현대차는 2020년까지 인도 현지에 500억 루피(약 8780억원)를 투자해 8개의 신차를 개발할 예정이다. 이 중 3개 모델은 새롭게 선보이는 현지 전략형 신차로 준비한다.
현대차는 인도 시장 공략을 위해 베르나에 이어 연내 신형 크레타, 내년 초 신형 투싼을 연달아 출시할 예정이다. 아울러 내년 초 현지 전기차 생산도 고려하고 있다. 인도 정부가 2030년부터 순수 전기차를 제외한 내연기관 차량의 판매를 중단하기로 했기 때문이다.
현대차는 현지 택시 시장에도 진출했다. 현대차 인도법인은 이달 택시 전용 모델 엑센트 프라임 액화천연가스(CNG) 판매를 시작했다. CNG 엔진을 공장에서 직접 탑재한 영업용 차량을 판매하는 것은 현대차가 처음이다.
현대차 관계자는 “인도는 13억 인구에도 자동차 보급률이 1000명당 32대로 낮아 성장 가능성이 큰 시장이다”며 “인도 자동차 시장의 성장세에 주목해 지속적으로 신차 출시를 확대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정치연 자동차 전문기자 chiyeo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