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류건조기 시장이 급성장하고 있지만 사후관리(AS) 기준으로 삼을 소비자 규정에 구멍이 나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에너지 절감에 필요한 에너지소비효율등급 의무화 대상이 아니라는 점도 개선할 부분으로 꼽힌다.
24일 업계에 따르면 한국소비자원 소비자 분쟁해결기준 가운데 의류건조기 관련 조항은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세탁기 관련 조항은 있지만 의류건조기는 별도 기준이 없다.
소비자 분쟁해결기준에서는 세탁기는 품질보증기간 1년, 부품 보유 기간 7년으로 명시하고 있다.
건조기를 세탁기 유사품목으로 취급하는지 아닌지 여부에 따라 부품 보유기간도 달라진다. 만약 유사품목으로 볼 경우, 부품 보유 기간은 7년이다. 하지만 유사품목에 따르지 않는 경우 그 기간은 '단종으로부터 5년'으로 정해지게 된다. 사후관리(AS)를 제공하는 과정에서 업체와 소비자간 혼란이 발생할 수 있는 대목이다.
업계 관계자는 “건조기 제조업체 부품보유기간이 통상 5~6년인데, 소비자가 세탁기 기준을 들어 불만을 제기할 경우 이에 대응하기 어렵다”면서 “소비자분쟁해결기준에 건조기가 명시되어야만 업체도 A/S 기준을 명확히 세울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와 관련, 공정거래위원회 관계자는 “향후 건조기 관련해서 특별한 문제가 제기된다면 소비자분쟁해결기준에 건조기 조항을 추가하는 방안을 검토해볼 수는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에너지소비효율등급 의무화 대상이 아니라는 점도 지적된다. 한국에너지공단이 에너지소비효율등급을 부착하는 30개 품목에 건조기가 들어있지 않다.
이는 에어컨, 냉난방 겸용 에어컨(냉난방기), 멀티히트펌프 시스템, 상업용 냉장고 총 4개 품목 에너지소비효율등급 기준을 강화하고 1등급 가전 환급 정책을 펼친 것과는 역행하는 추세다.
수출을 염두에 둔 의류건조기는 유럽연합(EU) 규정에 근거, 에너지소비효율등급을 받아야 한다. 하지만 내수용 건조기에는 등급 판정이 의무 사항이 아니다. 전기요금을 줄이고 싶은 소비자가 효율 정보를 정확히 판단할 기준이 없다는 뜻이다.
업계에서는 건조기 시장 규모가 1~2년 내로 연간 1조원을 넘어설 것으로 추산한다. 이는 세탁기, 냉장고와 같은 필수 가전에 버금가는 시장 규모다. 건조기 수요는 세탁기를 따라잡는 수준인 반면, 관련 법규는 이를 따라잡지 못하는 셈이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올해가 건조기 시장 확대 원년이라서 아직 관련 규정이 제대로 마련되지 못한 것 같다”면서 “그 수요가 꾸준히 늘어나는 만큼 건조기도 에너지소비효율 등급 대상에 포함돼야할 것”이라고 밝혔다.
함지현기자 goham@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