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매국가책임제' 추진으로 치매 진단에 관심이 모인다. 정부는 추경 예산 1418억원을 투입해 치매안심센터를 47곳에서 252곳으로 늘린다.
치매는 한 번 발병하면 되돌리기 어렵다. 조기 진단해 질병 진행을 막는 것이 가장 빠른 치료법이다. 치매로 인한 경제적 부담은 천문학적이다. 국가적으로 치매 치료에 투입되는 사회경제적 비용은 연간 10조원에 추정된다. 10년마다 약 2배씩 증가할 것이란 전망도 있다. 2020년에는 19조원, 2030년에는 39조원에 이를 것이란 관측도 있다. 치매 사회적 비용은 암, 심장질환, 뇌졸중 세 질병을 모두 합한 비용을 초과한다. 치매 고위험군을 조기 발견해 치매 발병을 2년 지연시키면 20년 후에는 치매 유병률이 80% 수준으로 낮아진다.
치매 완치제는 없다. 전문가들이 치매 악화를 막기 위해 조기 진단이 중요하다고 강조하는 이유다. 치매 환자 60~70%를 차지하는 알츠하이머는 서서히 병이 진행된다. 이중 20~30%는 혈관성 치매다. 뇌혈관이 막히거나 출혈이 생기면서 뇌세포가 손상되어 나타난다.
치매 전 단계인 '경도인지장애'만 빨리 발견해 치료한다면 치매까지 이어지는 경우 약 70%를 막을 수 있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2014년 경도인지장애 진료 인원이 40대 이하에서는 10만 명 중 10명에 불과했으나 고령일수록 급증했다. 50대는 10만명 중 158명, 60대 592명, 70대 1470명, 80대 이상은 1780명에 달했다.
정부도 조기 진단 필요성에 공감한다. 질병 악화로 인한 경제적 부담도 줄이는 방법이다. 치매 환자 진단에 반드시 필요한 '신경인지검사'에도 건보가 적용된다. 치매 증상이 있는지 정도만 가릴 수 있는 '간이신경인지검사'는 건보가 적용되지만 신경인지검사는 비급여로 환자가 20만~40만 원가량 검사비를 부담해야 했다. 건보 적용으로 환자 부담은 7만~14만원으로 줄어든다. 60세 이상만 혜택을 받는다. 일각에선 조기 진단 중요성을 볼 때, 보험급여 적용 대상을 확대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알츠하이머성 치매 초기에는 독성 단백질이 비정상적으로 과발현된다. 뇌 안에서 축적되며 뇌신경세포에 악영향을 끼친다는 게 현재까지 밝혀진 원인이다. 현재 출시된 치료제들도 증세 완화에 초점을 맞춘다. 적절한 시기에 치료제가 투약된다.
알츠하이머 조기 진단 중요성이 커지며 각종 진단법도 개발됐다. GE헬스케어 '플루트메타몰 F18'이 대표적이다. 약물은 알츠하이머성 치매 조기 진단 방사선의약품이다. 국내에서는 의약품 유통기업 케어캠프와 국내 판매를 위한 라이선스 계약을 맺었다. 의약품을 주입한 다음 양전자 단층촬영(PET) 검사를 받으면 질환 조기 진단이 가능하다.
국내에서도 다양한 치매진단용 의약품, 키트가 개발된다. 퓨쳐켐은 알츠하이머 치매진단용 방사성의약품 '알자뷰'를 개발했다. 회사는 지난해 6월 알자뷰 임상 3상 시험을 종료, 식약처 품목 허가를 앞뒀다. 알자뷰는 알츠하이머 치매 원인으로 지목되는 '베타아밀로이드'에 강하게 결합해 선명한 베타아밀로이드 영상을 제공하는 방사성의약품이다. 회사는 제품 가격경쟁력과 편의성을 앞세워 외산 의약품과 경쟁을 자신하고 있다. GE헬스케어 비자밀, 피라말 뉴라첵 등 외산 제품과 달리 로열티를 지급할 필요가 없다.
피플바이오는 혈액에서 베타아밀로이드를 측정하는 알츠하이머성 치매 조기 진단키트를 개발 중이다. 하반기 임상시험을 마무리하고 이르면 연내 2등급 의료기기로 식약처 품목허가를 받는 것이 목표다.
아이메디신은 치매환자 빅데이터를 활용해 치매를 조기 검진하는 의료기기를 개발한다. 5년여에 걸쳐 한국인 전연령대 뇌파, 심박, 호흡 생체신호 등 빅데이터를 구축해 치매진단에 활용한다.
바이오오케스트라는 '치매 조기 스크리닝법'을 개발했다. 치매 원인 물질로 꼽히는 뇌 속 아밀로이드베타 단백질을 환자 타액을 통해 검출하는 방법과 환자에서 과발현되는 특정 단일 마이크로알엔에이(RNA)를 검출법을 결합해 정확도를 높인 기술을 개발했다. 회사는 치매 증상이 나타나기도 전 치매 징후를 찾아낼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한다.
국내 연구도 주목된다. 혈액으로 치매를 진단하는 기술이 개발됐다. KIST 김태송·김영수·황교선 박사 연구팀은 혈액검사로 알츠하이머 치매 발병 가능성을 조기에 진단하는 '치매 조기진단기술'을 개발했다. 기술은 일진그룹 알피니언 메디칼시스템에 기술 이전됐다.
최근 대구경북과학기술원(DGIST) 연구팀은 후각 테스트로 알츠하이머성 치매를 초기에 진단하는 길을 열었다. 대구경북과학기술원 뇌·인지과학전공 문제일 교수 연구팀이 가천대 서유현·장근아 교수 연구팀과 알츠하이머성 치매로 뇌 기능에 이상이 생기기 전 후각기능이 이상을 보인다는 사실을 규명했다. 연구는 알츠하이머성 치매가 뇌 기능보다 후각에 먼저 이상증세를 보인다는 구체적 메커니즘을 밝혀낸 데 의의가 있다.
치매진단기술은 10~20년 내 치매 전 단계에서 발병 징후를 조기 발견해 치매 발전을 지연한다는 점에서 주목받는다. 치매가 의심된다면 망설이지 말고 곧바로 병원을 찾아야 한다. 60세 미만도 보건소에서 무료로 검진을 받을 수 있다. 치매도 암처럼 조기 치료만이 살 길이다. 치료 시기가 질병 악화 여부를 좌우한다. 조기 치료만 해도 중증 악화 비율이 30~40% 감소한다.
장윤형 의료/바이오 전문기자 why@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