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진그룹이 친환경자동차에 모두 올라탔다. 전기자동차와 수소자동차에 핵심 소재를 공급하는데 성공하면서 친환경자동차 시장 기회를 잡을 수 있게 됐다.
주력 사업이 주춤하며 미래 성장동력 부재에 대한 우려의 시선을 받은 일진이 중요 발판을 마련한 것으로 보인다.
◇전기차 핵심 소재 공급 '일진머티리얼즈'
일진그룹 내 전기자동차와 관련된 회사는 일진머티리얼즈다. 일진머티리얼즈는 이차전지 핵심 소재 '일렉포일'을 생산하고 있다.
일렉포일은 황산구리용액을 전기 분해해 만드는 두께 10마이크로미터(㎛) 이하 얇은 구리 박(箔)이다. 전기자동차 배터리와 에너지저장장치(ESS) 등 대형 이차전지 음극집전체에 쓰이는 소재다.
일렉포일은 최대한 얇고 균일한 표면을 가지면서 전기 특성을 갖도록 하는 것이 매우 어렵다. 때문에 제조 기술을 보유한 업체가 세계적으로 손에 꼽을 정도다.
일진머티리얼즈는 2만회가 넘는 시행착오 끝에 독자 기술 개발에 성공한 뒤 국내 이차전지 산업 발전과 함께 꾸준하게 성장, 이차전지용 일렉포일 세계 시장에서 점유율 1위(생산능력 기준)에 올랐다.
일진머티리얼즈에 관심이 쏠리는 이유는 전기자동차와 궤를 같이 하기 때문이다. 전기차 시장이 확대될수록 더 많은 이차전지를 필요로 한다. 이차전지 물량 확대를 위해서는 소재 증가 역시 필수다. 전기차 확대는 곧 소재 시장 확대를 뜻해 일진머티리얼즈에 좋은 기회다.
일진머티리얼즈는 삼성SDI, BYD, LG화학, 파나소닉 등 전기차 배터리 시장 상위 기업과 협력 관계를 맺고 있어 전기차 시장 확대를 대비하고 있다.
수요가 급증에 대비해 대규모 증설 투자에 나섰다. 2009억원 규모 유상증자를 통해 확보한 자금으로 이차전지용 일렉포일 생산능력을 현재 1만4000톤(연간 기준)에서 2만4000톤으로 대폭 늘릴 예정이다.
◇'일진복합소재', 수소 연료탱크로 도약
일진복합소재는 수소연료 자동차 시장에 진입했다. 강도 대비 가벼운 무게로 현대자동차 수소연료전기차(FCEV) 연료탱크 공급 업체로 선정된 것이다.
고압연료탱크를 생산하는 일진복합소재는 국내 최초로 CNG차량용 초경량 복합소재 연료탱크(TYPE-4)를 개발한 곳이다.
복합소재로 이루어진 탱크에 탄소섬유를 감아 강도를 높인 TYPE-4 연료탱크는 일진복합소재를 비롯해 세계에서 다섯 곳만 생산할 수 있다.
일진복합소재 연료탱크는 강도가 높으면서도 무게는 가벼워 차세대 수소차 연료탱크로 주목 받았다.
지난 2014년부터 현대자동차가 상용화한 수소자동차 투싼ix용 연료탱크를 공급한 데 이어 차세대 수소연료전기차 연료탱크도 공급할 계획이다.
일진복합소재는 완주에 현대차 연료탱크 전용 생산설비를 갖춰 하반기 공급이 예상된다. 현대차가 내년 초 수소연료전기차 '조기 등판'을 밝힌 만큼 일진복합소재 실적 증가가 기대된다. 일진복합소재는 지난해 창사 이후 처음 흑자를 기록한 바 있다.
친환경차 시장이 순수전기차(EV)와 수소차로 양분되는 만큼, 일진그룹은 친환경차 시장 활성화의 수혜가 기대된다.
일진그룹 관계자는 “전기차와 수소차 등 친환경차 시장이 앞당겨지면 핵심 부품 소재를 제조하는 일진머티리얼즈와 일진복합소재 기술이 더 주목을 받을 것”으로 기대했다.
윤건일 전자/부품 전문기자 benyu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