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가계부채가 세계에서 두 번째로 빠르게 증가했다. 소득 대비 가계빚 부담은 역대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경제 규모 대비 가계부채 비율은 세계에서 8번째로 높고 신흥국 중에 가장 높았다.
24일 국제결제은행(BIS)이 펴낸 분기 보고서에서 세계 가계부채 분석을 보면 1분기 한국 가계 부문 DSR(Debt service ratios)는 12.5%로 1년 전(11.8%)에 비해 0.7%P 올랐다. 이는 통계가 시작된 1999년 1분기 이래 분기 기준으로 가장 높은 수준이다.
DSR는 소득 대비 부채 원리금 상환 부담을 나타내는 지표로, DSR가 높으면 소득에 비해 미래 빚 상환 부담이 크다는 의미다.
한국 가계의 DSR는 2015년 1분기 11.2%에서 본격적으로 상승하기 시작해 지난해 4분기 12.4%로 종전 최고치(2011년 4분기 12.2%)를 뛰어넘었고 올해는 더 상승했다.
DSR는 1999년에는 연 평균 8.8%였다. 2011년 12.2%로 고점을 찍었으며, 2012년 12.0%, 2013년 11.7%, 2014년 11.2%, 2015년 11.4%, 2016년 12.1% 등이었다.
한동안 안정되는 모습을 보이다가 2014년 부동산 규제 완화 이후에 흐름이 바뀐 것이다.
소득 대비 빚 상환 부담이 늘어나는 속도도 한국이 가장 빨랐다.
지난 1년간 한국 가계의 DSR 상승폭은 BIS가 조사한 17개국 중에 가장 컸다. 조사대상 중 8개국은 1년 전보다 DSR가 하락했고 4개국은 변동이 없었다.
노르웨이(0.3%P), 호주·핀란드·스웨덴(0.2%P)은 1년 전보다 상승했지만 한국에 비하면 상승세가 미미했다.
한국은 DSR 절대 수준 자체도 높은 편이다. 네덜란드(17.0%), 덴마크·호주(15.4%), 노르웨이(14.5%)에 이어 조사대상 국가 중 5위였다. 다만 BIS는 각국 부채구조가 다르기 때문에 국가별 DSR 수치 비교는 정확하지 않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한국 가계부채는 전체 경제규모와 맞먹는 수준이다.
올해 1분기 국내총생산(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은 93.0%다. 이는 스위스(128.5%), 호주(122.0%) 등에 이어 세계에서 8번째로 높다. 18개 신흥국 중에서는 1위를 기록했다. 또, 경제 규모 대비 가계부채 증가 속도는 세계에서 두번째로 빨랐다.
올해 1분기 국내총생산(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은 전년 동기(88.4%)에 비해 4.6%P 상승했다. 상승 폭이 중국(5.5%P)에 이어 BIS가 자료를 집계한 주요 43개국 중 두 번째로 컸다.
한국의 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 전년대비 상승폭은 2013년 12위(1.5%P), 2014년 9위(1.9%P), 2015년 4위(3.9%P), 2016년 3위(4.7%P)에 이어 올해 들어 1분기 기준 2위까지 뛰어올랐다.
길재식 금융산업 전문기자 osolgil@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