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통상자원부가 LG디스플레이 중국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공장 증설여부를 심사할 소위원회를 구성했으나 위원장에 반도체 전문가를 선임해 논란이 일고 있다. OLED 디스플레이 기술을 검증해야 하는 소위원회를 디스플레이가 아닌 반도체 전문가가 이끄는 모양새이기 때문이다. 산업부는 별도 소위원회를 구성한 배경으로 심사의 전문성을 내세웠기 때문에 당초 취지와 배치된다는 비판도 나온다.
24일 업계와 학계에 따르면 산업부가 지난 주 발족한 LG디스플레이 OLED 패널 중국 수출 승인 소위원회 위원장에 박재근 한양대 융합전자공학부 교수가 선임된 것으로 확인됐다. 박 교수는 반도체 분야 재료 공학이 전문이다. 한양대 교수 출신인 백운규 산업통상자원부 장관과는 교내에서 공동 연구를 진행하는 등 친분이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OLED는 정부 연구개발(R&D) 자금이 투입된 국가핵심기술이다. '산업기술의 유출방지 및 보호에 관한 법률'에 의거 해외 수출 시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소속으로 지정된 전기전자 분야 산업기술보호위원회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 그러나 백 장관은 기존 위원회 소속 위원들이 디스플레이 분야에 관한 전문성이 낮다는 이유로 전문가 중심의 소위원회 구성을 지시했다. 박 교수 외 디스플레이 분야에서 정부 일을 돕거나 국가 R&D를 해 왔던 대학 교수와 출연연 연구원 약 10여명이 소위원으로 구성됐다.
지금까지 국개핵심기술 수출 승인 심사 시 이처럼 별도 전문 소위를 구성한 선례가 없다. 정부는 디스플레이 전문가 중심의 소위에서 OLED를 중국에서 생산할 시 기술 유출 가능성 등을 좀 더 꼼꼼하게 따져보겠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소위원장인 박 교수가 디스플레이보단 반도체 분야 전문가라는 점에서 논란이 일고 있다. 박 교수는 삼성전자에서 17년간 반도체 기술을 개발해오다 1999년부터 한양대 교수로 옮겼다. 2008년에는 삼성전자와 66억원 규모 반도체 기술이전 계약을 체결해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백 장관은 한양대 교수로 재직하던 2003년 박재근 교수와 함께 반도체 화학기계연마(CMP:Chemical Mechanical Polishing) 공정용 슬러리 재료를 공동 개발하기도 했다.
학계의 한 관계자는 “기존 산업기술보호위원회에도 반도체 분야 석학 여러 명이 참여하고 있는 가운데 '디스플레이 전문가' 중심으로 이뤄진 소위원회 위원장을 장관과 친분이 두터운 반도체 전문가로 지정한 것을 두고 말이 많다”면서 “소위원회 역시 이례적으로 설치된 것이 아니냐”고 말했다. 백 장관은 취임 후 처음으로 열었던 원자력발전 현황 정책 토론 현장에도 박재근 교수를 전문가로 초청했다.
LG디스플레이 공장 이전 심사 소위원회에 참석한 이들은 비밀유지협상서(NDA)를 작성하고 첫 회의에서 서로 인사도 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박재근 교수는 “이 건과 관련해 어떠한 발언도 할 수 없다”고 말했다.
백 장관은 부임 후 각 산업계에 중국 투자를 재고하라는 취지의 발언을 쏟아내고 있다. 지난 18일 열린 반도체·디스플레이 기업 간담회에서는 국내 기업의 중국 진출을 재검토했으면 좋겠다는 메시지의 발언을 했다. 따라서 이번 소위 구성 역시 LG디스플레이의 OLED 중국 진출을 불허하거나 최대한 승인을 늦추려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한주엽 반도체 전문기자 powerusr@etnews.com, 배옥진 디스플레이 전문기자 withok@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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