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메르켈 4연임 성공...당 득표율은 저조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가 24일(현지시간) 총선에서 승리해 4연임에 성공했다.

이날 오후 6시 투표 종료 후 발표된 공영방송 ARD와 ZDF 출구조사 결과, 메르켈 총리가 이끄는 집권 기민·기사 연합은 32.7∼33.3% 득표율로 총선 승리가 확실시된다. 이에 따라 메르켈 총리는 4선 연임을 한 헬무트 콜 전 총리와 함께 최장수 총리 반열에 오르게 됐다.

독일, 메르켈 4연임 성공...당 득표율은 저조

다만 여론조사 결과보다 6%P 전후로 낮은 득표율을 받을 것으로 전망되면서 메르켈 총리의 네 번째 집권 동력은 상당히 떨어질 것으로 보인다. 2013년 총선에서 얻은 41.5%의 득표율과 비교하면 9%P 정도나 떨어졌다. 1949년 이후 가장 낮은 득표율이다.

메르켈 총리는 출구조사 발표 직후 “우리는 더 좋은 결과를 희망했었다”면서 “입법에서 매우 도전적인 시기를 맞이하게 됐다”고 실망감을 드러냈다.

그러면서도 “우리는 유권자들의 걱정에 귀 기울이면서 좋은 정치를 통해 다시 그들에게 지지를 얻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메르켈 총리의 경쟁자로 마르틴 슐츠 후보를 내세운 사회민주당은 득표율 전망이 20.2∼20.9%에 그쳤다. 지난 총선에서 25.7%를 득표했던 사회민주당은 역대 최악의 성적표를 받아들였다. 슐츠 후보는 “독일에 슬픈 날이다. 우리는 선거에서 패배했다”면서 선거 결과에 승복했다.

또 기독·기사 연합과 사민당 간의 대연정은 어려운 분위기다. 슐츠 후보는 “선거 결과가 우리에게 가리키는 것은 야당을 하라는 것”이라며 사실상 연정 거부 의사를 밝혔다.

이에 기민·기사-자민-녹색당 간의 이른바 '자메이카 연정'이 현실적인 대안으로 꼽힌다. 자메이카 국기 색과 세 정당의 상징색(검은색, 노란색, 초록색)이 비슷하다는 데서 착안한 말이다. 과반 의석은 넘길 수 있으나, 난민과 조세, 에너지 정책 등에서 각 당의 입장이 확연히 다른 만큼 연정 협상에 상당한 진통이 예상된다.

연정 협상이 실패하면 기독·기민 연합의 소수 단독 내각이 출범할 수 있지만, 메르켈 총리가 재선거를 선택할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다.

관심이 집중된 반(反)난민·반이슬람 정당인 '독일을 위한 대안'(AfD)은 13.2∼13.4%의 예상 득표율을 기록하는 파란을 일으키며 제 3정당 자리를 차지했다. 알렉산더 가울란트 AfD 총리 후보는 출구조사 발표 직후 “우리는 해냈다. 국가를 변화시킬 것”이라며 “우리는 메르켈을 쫓아버릴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기독·기사 연합의 연정파트너로 거론돼 온 자유민주당의 예상 득표율은 9.9∼10.5%로 4위를 기록할 것으로 보인다. 연정 파트너 가능성이 제기되는 녹색당이 9.4%로 뒤를 이었다.

좌파당은 8.9∼9.0%로 3위권을 경쟁하던 군소정당 중 가장 낮은 예상 득표율을 얻었다.

안영국 정치 기자 a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