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권이 이른바 몰래카메라(몰카) 범죄 근절을 위해 칼을 빼들었다. 더불어민주당과 정부는 26일 국회에서 '디지털 성범죄 피해 방지 대책 마련을 위한 당정협의회'를 열고 몰카 범죄 예방과 처벌을 강화하기로 했다.
불법 촬영물 유포의 처벌 수위를 높이겠다는 게 골자다.
우선 가해자에게 해당 영상물 삭제 비용을 부과하기로 했다. 영상물 유포로 얻은 금품·이익은 몰수·추징 절차를 밟을 방침이다. 정보통신 사업자에게도 책임을 묻기로 했다. 불법 영상물 유통 사실을 인지했다면 삭제·차단을 의무로 해야 한다.
지금까지와는 다른 한 단계 높은 제재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그러나 근본 해결책은 아니라는 반론도 만만치 않다. 강력한 처벌도 중요하지만 예방 대책 마련이 더 시급하다는 주장이다.
당정은 몰카 수입·판매를 규제, 일반 국민이 특별한 이유 없이 소지하는 것을 최소화하겠다고 강조했다. 문제는 방법론이 대책에서 빠졌다. 현재 몰카 판매와 구매를 막을 법률 근거는 없다. 카메라가 모양, 크기, 위장 여부에 따른 규제를 받지 않기 때문이다.
한눈에 봐도 누군가를 불법으로 촬영하는 등 범죄에 사용될 공산이 커도 잡아낼 방법이 없는 것이다.
국회 안팎에서는 등록제, 허가제를 대안으로 제시한다. 다만 이 같은 방안 역시 실효성에선 물음표가 남는다. 업계 관계자는 “판매·구매자를 등록·허가제로 묶는 방안은 개인 간 은밀한 거래를 막지 못한다”면서 “몰카를 개별 관리하는 방법이 가장 좋지만 물량이 너무 많아 현실성이 떨어진다”고 지적했다.
그렇다고 총포, 도검, 화약류처럼 몰카에 일련번호를 붙이는 것도 무리다. 기기 크기가 작아서 번호나 특정 표시를 새기는 데 한계가 있다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당정은 지하철 등 다중 이용 시설에 대한 일제 정기 점검도 시행하겠다고 밝혔다. 몰카 탐지기 역할이 중요해졌다. 그러나 탐지기에 걸리지 않는 몰카가 대부분이다. 배터리와 내장 메모리를 탑재, 단독으로 동작하는 몰카는 탐지기로도 찾을 수 없다. 렌즈 크기가 워낙 작은 데다 전파를 발생하지 않기 때문이다.
탐지기는 적외선을 쏜 뒤 반사되는 빛으로 몰카 렌즈를 잡아낸다. 몰카에서 발생하는 전파를 수신해서 탐지하는 방식도 쓴다.
박수영 맥센 대표는 “전파, 렌즈, 전류, 금속 탐지기가 개별 활용되기 때문에 성과가 없는 것”이라면서 “이들 기기를 하이브리드 형태로 조합하고 결과를 논리화해서 판단한다면 제대로 된 몰카 탐지기를 만들 수 있다”고 말했다.
당정 노력에도 몰카 문제를 뿌리 뽑는 데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전망이다. 사전 규제 설계 작업이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정치권 관계자는 “몰카를 개별 관리해도 빠져나갈 구멍이 많다”면서 “완성품이 아닌 부품별로 쪼개 파는 꼼수를 쓴다면 대처하기 어렵다”고 전했다.
최종희기자 choijh@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