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국 정부가 규제의 칼날을 가장 먼저 들이밀고 있는 분야는 가상화폐 공개모집(ICO)이다.
가장 먼저 규제에 나선 중국 정부도 가상화폐 거래보다 신규 발행에 따른 자금 조달 행위를 불법으로 규정했다.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도 7월 ICO를 증권법에 준해 취급하겠다는 입장을 명확히 했다.
ICO는 증권시장의 기업공개(IPO)와 유사한 개념이다. ICO를 통해 다수로부터 자금을 조달한 가상화폐는 거래소 등을 통해 거래된다.
IPO는 자본시장법 등 법률과 절차에 따라 진행된다. 반면에 ICO는 신규 발행할 가상화폐 백서를 근거로 신규 가상화폐의 기술력과 전망에 따라 가격을 결정한다. 각 규제 당국도 이런 유사점에서 ICO 규제 근거를 찾고 있다.
가상화폐 백서에는 흔히 가상화폐 발행의 기반이 되는 블록체인 기술에 어떤 확장 가능성을 지니고 있느냐는 표현이 담긴다. 마치 비상장 기업이 IPO 직전 금융 당국에 회사의 각종 재무 정보를 등록하는 증권신고서와 같은 기능을 한다.
ICO 참여자들은 백서를 통해 신규 발행 가상화폐의 기술력을 확인한다. 그러나 증권신고서와 달리 가상화폐 백서의 실현 여부를 조언해 줄 수 있는 외부 감사인 등은 없다.
세계 2위 가상화폐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이더리움은 ICO 가능성을 보여 준 대표 사례다. 2014년 1달러에 불과하던 이더리움 가격은 최근 400달러까지 치솟았다.
이더리움 창시자인 비탈릭 부테린이 25일 한국을 방문한 주된 목적도 이더리움의 확장 가능성과 계획을 한국 투자자에게 전달하기 위해서다. 한국 이더리움 거래량은 세계 1위다.
부테린은 지난 8월 이더리움 확장성 강화를 위한 프로젝트인 '플라즈마' 백서를 발표했다. 플라즈마 프로젝트를 통해 이더리움 블록체인이 처리할 수 있는 거래량을 3~5배로 늘리는 것이 목표다.
그러나 정작 가상화폐 ICO 시장은 블록체인 기술 검토보다 투기 일변도로 흐르고 있다. 부테린조차도 이날 행사에서 “이더리움 플랫폼의 기술과 철학을 더 공부하고 많이 알아서 투기성 관심과 에너지가 블록체인 기술의 가능성 및 응용성으로 연결됐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가상화폐 거래소조차도 거래되는 가상화폐 정보를 알리기보다는 이용자 확보에만 집중하고 있다. 국내 가상화폐 거래소들은 플라즈마 프로젝트 시행에 따라 이더리움 투자자에게 분배하기로 한 오미세고 토큰(OMG) 지급과 관련해서도 입장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최근 ICO를 비롯한 가상화폐 시장에서 코스닥 벤처 붐 당시와 같은 묻지 마 투자가 성행하고 있다”면서 “ICO를 가장한 각종 사기 행위에 대해 당국이 예의주시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유근일기자 ryuryu@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