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 인터뷰]김재홍 KOTRA 사장 "기업도 인재도 세계시장 변화에 맞춰 도전해야 한다"

김동욱기자 gphoto@etnews.com
김동욱기자 gphoto@etnews.com

올해 대한민국은 3년 만에 무역 1조달러 회복을 가시권에 두고 있다. 전체 수출은 전년보다 10% 증가, 수입은 14% 증가할 전망이다. 하지만 여기저기서 한국 경제 위기상황을 알리는 소식들이 들린다. 안심할 수 없는 분위기다.

말 그대로 위기와 기회가 공존한다. 한국 수출, 특히 중소기업 수출 최일선에 있는 김재홍 KOTRA 사장을 만났다.

김 사장은 “최근 기업환경은 안보 등 특별한 변수가 작용했지만 큰 흐름에서 보면 어쩔 수 없이 변화되는 과정”이라며 “우리기업이 세계 시장 변화에 맞춰 도전해야 한다”고 진단했다.

단순히 외부요인에 좌절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기업 스스로 성찰하고 새롭게 해외시장을 공략해야 한다는 의미다. 세부적으로는 새로운 경제 주체로 떠오르고 있는 인도에 주목하고, 중국시장 변화를 읽어야 한다고 조언한다.

김 사장은 지난 2015년 KOTRA 사장으로 취임했다. 글로벌 경기침체와 저유가로 수출은 고전을 거듭하던 시점이다. 어려운 시기 김 사장이 택한 전략은 수출품목, 시장 다변화 지원이다. 최근에도 카자흐스탄, 인도, 태국 등 아세안국가를 중심으로 끊임없이 국가 수출경쟁력을 확보를 위해 뛰고 있다. 미국, 중국의 G2로 대변되는 수·출입 집중구조에서 우리 기업의 다품종, 신흥시장 확대 노력은 서서히 빛을 보고 있다. 그 한편에 KOTRA 노력도 숨어 있다.

KOTRA는 최근 조직개편을 통해 사내에 일자리위원회를 신설하며 새로운 목표를 설정했다.

김 사장은 스스로 위원장을 맡아 청년 일자리 창출의 선장을 자임했다. 단순히 일자리 양을 늘리는 것이 아니라 좋은 일자리를 연계해 청년취업에 힘을 더하고 있다.

-취임 후 2년 9개월이 지났다. 재임기간 수출증대와 투자유치 활성화를 내걸었는데 어느 정도 달성 됐나.

▲지난 3년은 정말 바쁜 시간이었다. 취임하자마자 글로벌 경기침체와 저유가로 수출이 고전 거듭해 수출구조 개선 노력이 가장 중요했다. 수출 주체 다변화를 위해 중국을 벗어나 우리 제품 점유율이 저조한 신시장과 급성장하는 아세안, 인도 등을 집중 공략했다. 또 국가 경제에 도움이 되는 외국인 투자유치를 위해 총력을 기울였다.

올해는 수출구조개선 노력과 세계경기 회복 등으로 수출이 본격적으로 회복됐다. KOTRA는 이런 성과에 힘입어 올해 공공기관 경영평가에서 6년 연속 최우수 등급을 받았고 지난해 공공기관 고객만족도 조사에서도 3년 연속 S등급을 받았다.

-올해 수출 분위기가 좋다. 8개월 연속 두자릿 수 증가를 보여 3년 만에 무역 1조달러 회복도 가능하다는 예측이다. 수출 전망은.

▲세계경기 회복과 원자재 가격상승이 지난해 11월부터 10개월 이상 수출이 증가했다. 반도체 등 주력삼품이 호조세를 덕분이다. 그런데 주목할 점은 품목과 시장 다변화다.

화장품, 농수산식품, 생활용품 등 5대 소비재와 SSD, OLED 등 고부가 품목 수출이 증가했다. 지역별로 인도가 136%가 넘게 수출이 증가했고 아세안도 23.4%나 늘었다.

하지만 안정화를 말하기는 이르다. 글로벌 보호무역주의가 강화되고 유가 상승폭이 둔화되고 있다. 주요국 통화정책 정상화로 인한 환율 변동성 확대 등도 고려해야 한다.

[특별 인터뷰]김재홍 KOTRA 사장 "기업도 인재도 세계시장 변화에 맞춰 도전해야 한다"

-수출이 지속적 증가세를 보이고 있지만 G2(미국, 중국)시장 불안요소가 많아 우려스럽다. 앞으로 우리가 주목해야 할 유망시장은.

▲인도를 주목해야 한다. 얼마 전 인도를 다녀왔는데 뉴델리가 몰라보게 변했다. 사람들 생각과 행동이 변했다. 그 중심에는 모디 총리 강력한 리더십이 있었다. 인도가 빠르게 변할 것이다. 우리기업은 이 부분을 의미 있게 받아들여야 한다.

가능성 있는 나라를 넘어 우리 중소기업들에는 반드시 진출해야 할 시장이 됐다.

인도는 현대차, 삼성, LG 등 대기업 진출 덕분에 한국기업에 대한 이미지가 좋다. 대기업 기존 인프라, 네트워크를 활용하면 우리 중소기업에 좋은 기회가 만들어질 것이다.

베트남 등 이미 포화된 동남아 시장보다는 서남아 시장에 더 큰 기회가 만들어질 것 같다.

-중국진출 기업들이 사드문제 등으로 많이 어렵다.

▲중국은 어떤 상황이든 우리에게 가장 중요한 시장이다. 우리 수출 중 약 4분의 1인데다가 지리적으로 가깝다. 포기할 수 없는 시장이다.

다만 이전과는 다른 방식으로 접근해야 한다. 현재 중국은 이전과 다르다. 자국 산업이 성장하면서 원부자재 등을 자체 소화하길 원하고, 환경 등 관련 규제도 더 까다로워질 것이다.

이런 중국을 탓할 수는 없다. 당연한 수순이다. 우리기업이 이에 맞춰야 한다. 현재 우리기업이 겪는 어려움을 사드 탓만으로 돌릴 수는 없다.

이미 변화를 준 우리기업도 꽤 있다. 과거와 같이 수출이 급성장하지는 못하겠지만 중국은 여전히 수출 주요국이다.

-우리기업의 해외진출 시 관련 중소·중견기업도 밸류체인으로 함께 나간다. 일자리도 그만큼 해외로 나간다. 어떻게 풀어야 할까.

▲기업이 국내 활동만으로 경쟁력을 가질 수 있다면 해외로 왜 나가겠는가?

우리기업이 해외로 나갈 때 왜 나가는지 생각해보고 문제를 풀어주려는 노력이 선행돼야 한다. 그 다음에 국내서 풀리지 않는 부분, 즉 기업 전략, 글로벌 밸류체인 운영 등으로 해외에 나가는 경우는 별도 대응해야 한다.

그 상황에서 정부는 기술·인재 유출은 어떤지 등 문제를 면밀하게 살펴야 한다. 현실적으로 기업활동 여건이 열악한 상황에서 '해외로 나가는 것은 안된다'는 논리는 기업 설득력이 떨어진다.

[특별 인터뷰]김재홍 KOTRA 사장 "기업도 인재도 세계시장 변화에 맞춰 도전해야 한다"

-정부 경제정책 중심에 일자리 창출이 있다. 수출의 일자리 창출효과와 KOTRA가 추진하는 일자리 사업방향은.

▲KOTRA 대부분 사업이 우리 중소·중견기업 해외진출 지원이다. 지원 받은 기업 매출이 증가하고 수출이 늘어나면 추가적으로 인력을 고용한다. 우리만 할 수 있는 고유영역이다.

통계적으로 봐도 수출기업은 일자리 양적성장을 주도하고 있다. 전체 취업자에서 수출에 의한 취업자는 1985년 284만명 수준에서 2014년 기준 611만명으로 327만명가량 증가했다. 특히 수출기업 일자리 양적성장을 보면 수출기업이 내수기업보다 일자리 창출에 약 6%가량 앞선다.

KOTRA가 수출진흥기관으로 좋은 일자리를 창출할 수 있는 역할은 크게 두 가지다.

먼저 향후 5년간 국내 외국인투자 기업, 해외채용 지원 사업을 연계해 직접 일자리 11만개 창출을 계획하고 있다. 두 번째는 중소·중견기업 지원을 통한 간접 일자리 창출이다. 2022년까지 이들 기업 수출액을 2500억달러 달성하면 약 54만개 일자리 창출이 가능하다.

이를 위해 올해 사내에 '일자리 위원회'를 새로 만들었다.

지난달 일자리위원회 1차 전체회의를 개최하고 해외취업중계강화, 수출지원평가제도변경, 새로운 직업연구개발 등을 중점적으로 다루고 향후 계획도 모두 마련했다.

-일부에서는 해외취업을 '속 빈 강정' 강정이 아니냐고 비판하기도 한다. 실상 저임금, 저숙련 일자리에 우리 청년이 가고 있다는 얘기다. 실제로는 어떤지.

▲상당히 왜곡된 얘기다. 해외취업이 가장 활발한 곳이 일본이다. 현지 얘기를 들어보면 한국 청년 인력에 대해 선호도가 높다. 일본 사람과 비교해 진취적이기 때문이다. 비슷한 문화권이라 적응도 빠르다. 이러한 장점 때문에 일본기업은 잠시 채용하는 불안한 일자리를 제안하는 것이 아닌 실질적인 질좋은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저임금, 저숙련 일자리 취직은 본인이 그만큼 준비가 되지 않아서다. 모든 취업은 자기가 얼마나 준비하느냐에 따라서 달라진다. 해외 취업도 마찬가지다.

[특별 인터뷰]김재홍 KOTRA 사장 "기업도 인재도 세계시장 변화에 맞춰 도전해야 한다"

-청년의 해외 취업은 계속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향후 전망과 해외취업을 희망하는 청년에게 격려의 말 부탁한다.

▲무역과 투자가 늘어나면 인력 해외진출도 자연스럽게 증가한다. 국내가 아니라 해외에서 기술협력과 글로벌밸류체인(GVC) 확대 등으로 인적 교류 중요성은 더 높아질 것이다.

새로운 기회를 찾기 위해 해외 취업문을 두드리는 것은 중요하다. 우리나라 사람의 기본적 능력도 다른 나라와 비해 뛰어나다. 근면, 노력 등 세계 어디서나 인정한다.

외국에서 한국 사람을 좋은 의미에서 '동양의 유태인'이라고 표현한다.

우리 청년들이 해외에서 능력발휘 할 수 있는 기회는 점점 늘어날 것이다. 도전정신이 있다면 해외로 나가보는 것도 좋다.

정영일기자 jung01@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