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베트남에 합작사·공장 신설…중국 의존도 줄인다

지난 3월 정의선 현대차 부회장(왼쪽)이 하노이 베트남 주석궁에서 쩐다이꽝 베트남 주석과 면담하고 있다.
지난 3월 정의선 현대차 부회장(왼쪽)이 하노이 베트남 주석궁에서 쩐다이꽝 베트남 주석과 면담하고 있다.

중국 시장에서 고전하는 현대자동차가 베트남에 생산공장을 설립한다. 중국 의존도를 낮추면서 내년부터 10개 회원국 간 자동차 수입 관세가 철폐되는 동남아국가연합 시장 공략에 베트남을 교두보로 활용한다는 전략이다.

27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현대차가 최근 베트남 자동차업체 타인꽁과 900억원을 공동 출자해 상용차 합작법인을 설립했다. 합작사는 베트남 닌빈성에 내년 말까지 2.5톤 이상 트럭과 버스 등 상용차를 연간 2만∼3만대 생산할 수 있는 반조립제품(CKD)형태 공장으로 건설한다.

현대차는 애초 베트남 중부 꽝남성에 현지 자동차업체 타코와 합작법인을 세우려고 했으나 계약조건 이견으로 백지화하고 타인꽁과 손잡았다.

닌빈성에는 이미 타인꽁의 현대차 승용차 조립공장이 있다. 현대차는 타인꽁에 승용차 조립생산과 판매를 위탁해오다가 올해 상반기 자본금 660억원의 승용차 합작법인을 세워 공동 운영으로 변경했다.

승용차 공장을 증설해 현재 연간 2만대의 생산능력을 2020년까지 연간 5만7000대로 늘린다는 계획이다. 공장은 '아반떼', '싼타페', '포터' 등을 조립 생산 중이며 최근엔 'i10'까지 추가됐다. 현재는 자동차 반조립제품(CKD) 형태로 베트남에 들여와 조립·생산하는 방식이다.

앞서 정의선 현대차 부회장은 3월 처음으로 베트남을 방문해 현지 자동차시장 현황과 투자 계획을 점검했다.

중국시장에서 사드 보복으로 어려움을 겪는 현대차가 중국시장 의존도를 줄이면서 새롭게 떠오르는 베트남 등 아세아 시장 공략을 강화하려는 의도로 해석된다.

현대차는 베트남 내수시장뿐만 아니라 다른 아세안 국가 시장도 노리고 베트남에서 부품을 직접 만들거나 현지 협력업체를 통해 조달하는 자동차 일괄 생산체제 구축도 추진할 것으로 전망된다. 베트남에서 다른 아세안 국가로 자동차를 수출할 때 무관세 혜택을 받으려면 원산지 비율 40%(금액 기준) 규정을 충족해야하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베트남은 지난해 자동차 판매량이 처음으로 30만대를 넘는 등 강한 경제 성장세와 소득 증가로 자동차 수요가 커지고 있다”며 “현대차가 내수시장이 밝고 저임금의 노동력이 많은 베트남에 생산기지를 구축하는데 속도를 내고 있다"고 말했다.

박태준 자동차 전문기자 gaius@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