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70이 등장했다. BMW와 메르세데스-벤츠 등 독일 명차를 정면으로 겨냥한 제네시스 브랜드의 야심작이다. G90(국내명 EQ900)과 G80에 이어 제네시스란 이름을 단 세 번째 신차다. 제네시스 브랜드 출범 이후 탄생한 첫 독자 모델이란 점도 G70에 관심이 쏠리는 이유다.
알버트 비어만 현대차 고성능차 담당 부사장은 G70을 한마디로 '가장 즐겁고 경쾌한 드라이빙 감각을 제공하는 제네시스'라고 정의했다. 달리는 즐거움에 초점을 맞췄다는 의미다.
서울 광장동 워커힐호텔을 출발해 경기 포천을 왕복하는 약 130km 구간에서 제네시스 세단 제품군을 완성할 마지막 퍼즐 G70을 타고 달렸다. 시승차는 G70 최상위 사양 3.3T 스포츠 슈프림 모델로 5180만원에 판매된다.
주차장에 들어서니 시승을 준비 중인 화려한 색상의 G70들이 시선을 사로잡는다. G70은 블레이징 레드, 레피스 블루, 그레이스풀 그레이 등 모두 10가지에 달하는 외장 색상을 제공한다. 기존 현대차 모델보다 색감이 한결 맑고 뚜렷해진 느낌이다. 실제 제네시스는 생동감 있는 외장 색상 구현을 위해 G70에 알루미늄 입자와 고채도 유색 층을 분리해 도장하는 신규 도장 공법을 도입했다.
G70은 전형적인 스포츠 세단의 차체 비율을 지녔다. 앞쪽이 길고 뒤쪽이 짧은 구조다. 덩치에 비해 폭은 넓고 높이는 낮다. 차체는 전장 4685mm, 전폭 1850mm, 전고 1400mm, 축간거리 2835mm로 BMW 3시리즈, 벤츠 C클래스급 크기다. 전면은 메쉬 타입으로 마감한 그릴과 볼륨감을 한껏 강조한 후드가 눈길을 사로잡는다. 끝단을 치켜 올린 트렁크 리드는 날렵한 이미지를 풍긴다.
실내는 수평형 공간 구성으로 차분한 느낌이다. 센터페시아 중앙에는 내비게이션과 스마트폰 커넥티비티를 지원하는 8인치 디스플레이가 운전자를 반긴다. 터치 방식의 직관적인 구성으로 조작이 간편하다. 부드러운 가죽으로 감싼 시트의 몸을 잘 감싸며 재질감도 우수하다. 다만 앞좌석을 뒤로 뺄 경우 뒷좌석 무릎 공간은 다소 부족한 편이다.
주행성능을 점검할 차례다. 시승차인 G70 3.3T 스포츠 모델은 최고출력 370마력, 최대토크 52.0kg·m를 발휘하는 V6 3.3리터 T-Gdi 엔진을 얹었다. 구동방식은 상시사륜구동(AWD) 방식이다. 8단 자동변속기는 전자식 변속레버 방식을 적용했다.
변속 레버 아래에는 드라이브 모드 버튼이 자리했다. 이 버튼을 좌우로 돌리면 운전자 취향이나 주행환경에 맞게 다양한 모드를 선택할 수 있다. 컴포트, 에코, 스포츠, 스마트, 커스텀 모드를 선택해 달릴 수 있다.
고속도로에 진입해 드라이브 모드를 스포츠로 변경했다. 시트 허리 지지대 부분이 자동으로 몸을 조여주며 본격적으로 달릴 준비를 한다. 제원상 수치로 알 수 있듯 G70은 넘치는 힘으로 스트레스 없는 가속감을 선사한다. 정지 상태에서 시속 100km까지 가속 시간은 5초 초반대를 기록했다. 시속 100km에서 엔진 회전수가 1800rpm 근처에 머물 만큼 여유로운 성능을 보인다.
핸들링은 직설적이다. 저속에서는 가볍지만 속도를 높이면 이내 무겁게 느껴진다. 스티어링 휠은 운전자가 조작하는 만큼 정확히 라인을 그려 나간다. 노면 충격을 흡수하고 차체를 지지하는 허리 역할을 하는 서스펜션은 안락함과 달리는 맛을 적절히 조율한 느낌이다. 스포츠 모드에서는 차체를 좀 더 단단하게 잡아줘도 좋았을 듯싶다.
8단 자동변속기는 민첩하게 단수를 높인다. 언제 변속이 됐는지 모를 정도로 부드럽다. 손에 잘 감기는 패들 쉬프트는 수동 변속의 즐거움을 더한다. 브렘보 브레이크는 즉각적인 반응으로 차량을 빠르게 멈춰 세운다.
G70은 역동적인 주행성능과 안락한 승차감의 적절한 타협점을 잘 찾아냈다. 브랜드를 배제하고 순수하게 달리는 실력을 놓고 본다면 G70이 경쟁상대로 지목한 BMW 3시리즈, 벤츠 C클래스와 경쟁할 만하다. 시장의 판도를 뒤집을 게임 체인저가 될 가능성도 충분하다는 얘기다.
정치연 자동차 전문기자 chiyeo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