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치냉장고가 '다목적 냉장고'로 자리매김했다. 김치 소비가 매년 줄어들면서 김치냉장고 제품군도 위협받게 됐다. 주요 김치냉장고 제조사는 김치뿐만 아니라 다양한 음식물의 맞춤 보관 기능을 강화하는 등 타개책을 찾고 있다.
업계에서는 올해 김장 시장이 줄어들면서 김치냉장고 판매에도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관측한다. 작황이 좋지 못해 배추 물가가 전월 대비 55.3%로 대폭 상승했기 때문이다. 지난해에도 배추와 무 값 폭등으로 김치냉장고 시장이 위축된 바 있다. 최근 10년 사이 국내 김치 소비량이 22%나 줄어든 것도 악재로 작용한다.
그 대신 김치냉장고를 세컨드 냉장고로서 찾는 수요가 늘었다. 제조사들도 김치냉장고를 세컨드 냉장고로 위치시키기 위해 스탠드형 제품에 주력했다. 시장 초기에는 김장독을 연상시키는 뚜껑형 제품이 대세였다.
전자업계 관계자는 “현재 김치냉장고 수요 가운데 30%는 보조 냉장고 용도로 김치냉장고를 구입하는 소비자”라면서 “4인 가구 이상에서는 세컨드 냉장고를 두는 것이 일반 트렌드로 자리 잡았다”고 설명했다.
삼성전자는 냉장 보관이 어렵던 음식물의 신선도도 유지시키는 '삼성 김치플러스'를 출시했다. 11가지 식품 맞춤 보관 기능을 제공한다. 특히 '감자·바나나 보관 모드'에서는 감자, 바나나, 토마토를 최대 3주까지 보관할 수 있다.
LG전자 2018년형 'LG 디오스 김치 톡톡'은 다용도 분리 벽을 뒀다. 김치냉장고를 보조 냉장고로 활용하는 소비자를 고려한 설계다. 보관하는 식재료에 따라 각각의 칸을 냉동고, 냉장고, 김치냉장고로 사용할 수 있다. 사용하지 않는 칸은 전원도 끌 수 있다.
대유위니아는 2018년형 딤채에서 '스페셜 디(d˚) 존'을 강화했다. 디존은 육류의 알맞은 숙성을 지원하고, 다양한 주류를 애주가들이 선호하는 온도에 맞게 유지한다. 신제품에는 '청국장 숙성 기능'을 추가, 청국장 등 장류의 발효 및 보관에 최적화한 환경도 제공한다.
동부대우전자 2018년형 클라쎄도 제품 전체를 냉동고, 냉장고, 김치냉장고로 변환해 사용할 수 있는 다목적 기능을 갖췄다.
다목적 기능을 강화하면서 김치냉장고가 김장철에만 팔리는 계절 가전에서 필수 가전으로 탈바꿈하고 있다.
전력거래소에 따르면 2013년 현재 가구당 김치냉장고가 0.86대인 것으로 나타났다. 한 가정에 한 대씩은 갖추고 있는 셈이다. 지난해 기준 가구당 김치냉장고 보급률은 약 0.9대 수준으로 올라왔을 것으로 전망된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김치냉장고 시장 초기에는 김장철인 10월 말~11월 초에만 수요가 높았지만 현재는 9월에도 신제품 구매 문의가 잇따르고 있다”고 말했다.
함지현기자 goham@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