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는 수출을 기반으로 성장·발전했다. 발 빠른 정보통신기술(ICT) 개발과 투자로 세계 반도체, 디스플레이, 휴대폰 시장 1위 수출국으로 자리 잡았다. 이는 K팝을 비롯한 한류 콘텐츠 확산의 토대가 됐다. 지난 3차 산업혁명 시대의 주역은 누가 뭐라 해도 한국이었다.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우리는 무엇을 수출해서 새로운 성장 동력을 만들 것인가. 울산과학기술원(UNIST)의 '수출형 연구 브랜드 육성'과 'K-사이언스'는 이 같은 고민에서 출발했다.
K-사이언스는 세계가 주목할 최신 과학기술 연구 성과를 도출해서 세계 시장에 공급하는, 한국 주도의 과학기술 개발 바람 조성과 확산 전략이다. 수출형 연구 브랜드는 K-사이언스를 구현할 세부 목표와 실행 계획이다. UNIST의 수출형 연구 브랜드 육성 프로젝트의 취지와 방향을 7회에 걸쳐 소개한다.
수출형 연구 브랜드는 해외에서 먼저 인정해 도입을 원하는 UNIST만의 글로벌 기술과 제품을 만들자는 과학기술 성과 수출 브랜드화 프로젝트다.
UNIST는 2019년 개교 10주년, 내년에 과기원 전환 3주년을 맞는다. 이를 계기로 수출형 연구 브랜드로 '2030년 글로벌 이공계 특성화 대학 톱10' 비전 달성과 자립 운영 기반을 확보한다는 계획이다.
UNIST는 지난해부터 수출형 연구 브랜드 후보 기술을 발굴하기 시작했다. 원내에서 수행하고 있는 연구 과제와 개발 기술을 대상으로 원천 기술 확보와 신산업 창출 가능성, 세계 과학기술계와 시장에 대한 파급력, 상용화 가능 시기에 초점을 맞췄다.
현재 선정된 연구 브랜드는 리튬 이차전지, 탄소섬유 기반 경량 복합 소재, 해수 자원화 시스템 등 3개다. 중간 연구개발(R&D) 성과를 모니터링하며 후보군을 압축, 10개 대표 연구 브랜드를 최종 확정한다.
하이퍼루프, 바이오 메디컬(게놈), 사물인터넷(IoT) 스마트 센서, 인공지능(AI) 기반 빅데이터 분석 기술, 복합 재난 대응 기술, 치매 치료제, 바이오 3D 프린팅 등이 후보 리스트에 올라 있다.
UNIST 수출형 연구 브랜드 육성 프로젝트는 세계 수준의 연구 성과를 창출할 수 있다는 또 다른 자신감의 표현이다.
UNIST는 각종 외부 지표와 평가에서 연구 역량의 내실 향상을 인정받아 왔다. 내부에서는 최첨단 연구시설 확충, 창업 및 산·학 협력 활성화 등으로 이를 뒷받침했다.
지난달 발표된 '2018 THE 세계 대학 순위'에서 UNIST는 국내 5위에 올랐다. 세부 평가 지표 가운데 연구 영향력을 보여 주는 논문 피인용도의 경우 95.9점으로 국내 1위, 세계 45위에 각각 랭크됐다. 지난 6월에 나온 논문 피인용수를 비롯해 '논문의 질'을 중점 분석해 평가한 '2017 라이덴 랭킹'에서도 국내 1위, 세계 순위는 36위에 올랐다.
총 2036억원을 투입한 2단계 BTL(연구 공간 확충 임대형 민자 사업)을 지난해 완료하고 7만44㎡ 부지에 연구 시설 7개동, 부속 시설 5개동 등 연면적 10만8988㎡의 새로운 연구 인프라를 구축했다.
미국 매사추세츠공대(MIT) 미디어랩을 비롯해 세계 유수 대학의 융·복합 연구 시설을 벤치마킹한 이 연구 시설은 연구자 간 최적의 융합 연구를 지원하고 있다. 2배 이상 확장된 자연과학관 내 클린룸은 나노소자 제품 양산이 가능한 수준이다.
이를 기반으로 기초과학연구원(IBS) 캠퍼스 연구단 3개를 운영하고 있으며, 캘리포니아대 버클리 캠퍼스를 비롯한 해외 대학과의 네트워크를 넓혀 가고 있다.
ICT 기반의 첨단 교육 시스템은 이미 세계 최고 수준이다.
창의 교육 모델인 플립드러닝을 지원하는 '플립드 클래스룸', 클라우드 컴퓨팅 시스템 아래 100명이 동시에 자율 학습을 할 수 있는 '러닝 커먼스'를 갖추고 있다.
UNIST는 이미 2차 전지 분야에서 글로벌 톱3, 화학 및 신소재 분야는 국내 톱 및 글로벌 20위 수준에 올라 있다고 자부하고 있다.
정무영 총장은 “UNIST는 국민 세금인 국비와 시비로 운영되는 국책 연구교육 기관이다. 우리의 R&D 성과는 국민에게 돌아가야 한다”면서 “해외 시장에 초점을 맞춘 수출형 연구 브랜드 육성으로 K-사이언스를 선도하고, 국가와 인류의 삶에 공헌하는 글로벌 과학기술원으로 자리매김할 것”이라 말했다.
울산=임동식기자 dslim@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