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NIST(총장 정무영)가 3진법을 토대로 한 초절전 신경망 칩 '유니브레인(Uni-Brain)'을 수출형 연구 브랜드로 집중 육성한다. 유니브레인은 인공지능(AI) 시대에 맞춘 차세대 컴퓨터 프로세서로, 미래 시스템 반도체 시장을 선도할 수 있는 기술이다.
기존 컴퓨터는 0과 1로 이뤄진 2진법 시스템이다. 반도체, 트랜지스터, 집적회로(IC)는 2진법 컴퓨터 관련 산업으로 발전했다. 그러나 반도체 산업은 미세화의 한계에 직면했다. 이론으로는 추가 스케일링이 가능하지만 과도한 전력 손실 문제로 부가 가치 확대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빅데이터 활용과 AI 구현에 따른 전력 소모도 가중되는 상황이다.
3진법 반도체 회로는 저전력 컴퓨터 개발 방안 가운데 하나다. 3개 이상의 논리 상태를 구성하는 '다치(多値)논리'를 기반으로 한다.
3진법 컴퓨터의 개발 시도는 1950년대에 있었지만 2진법 소자와 IC 기술이 등장하면서 주목받지 못했다. 그러다가 최근 3진법 소자를 구현할 수 있는 연구가 진전되면서 다시 3진법 컴퓨터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하나의 소자로 3개 이상의 값을 처리할 수 있으면 데이터 처리는 물론 전력 소모 측면에서 컴퓨터 성능 비약이 가능해진다.
UNIST는 다치 논리 기반의 소자 구성 및 회로와 시스템 개발, 이를 활용한 유니브레인 개발에 착수했다. 유니브레인이 주도하는 컴퓨팅 생태계를 조성하고, 미래 반도체 기술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 차세대 AI 컴퓨팅 분야를 선도한다는 목표다.
이를 위해 10명 이상의 교수와 연구진이 소재, 소자, 회로 분야에서 시스템과 애플리케이션(앱)에 이르는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선도 연구자는 김경록 전기전자컴퓨터공학부 교수다. 김 교수는 3진법 기반 차세대 반도체 소자 'T-CMOS(3진-상보형금속산화반도체)'를 연구하고 있다. T-CMOS는 기존 2진 CMOS의 구조 및 공정을 그대로 이용하면서 3진법을 구현한 소자다.
김 교수는 CMOS 소자에 불순물 도핑 농도를 높인 터널링 현상을 일으켜서 입력 전압과 무관한 새로운 정전류를 만들고, 일정한 세기로 흐르는 이 정전류와 전압 분배 기술을 이용해 기존 '0'과 '1' 이외의 중간 값을 얻어 내는데 성공했다. 이를 통해 세 가지 값을 표현할 수 있는 T-CMOS 구현에 한 걸음 다가섰다. T-CMOS 구현 연구 결과는 2015년 국제전기전자학회(IEEE) 저널에 게재했다.
김 교수 연구팀은 최근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나노·소재 분야 원천 기술 국가 과제인 '다치 로직 원천 기술 개발 사업' 참여 기관으로 선정됐다. 오는 2021년까지 최대 17억원 규모의 개발 과제를 수행한다. 지난 7월에는 삼성미래재단에서 15억원 규모의 지정 과제도 따냈다.
UNIST는 김 교수의 T-CMOS 소자를 이용해 회로·시스템 개발까지 영역을 확장하고, 3진법 기반의 AI 컴퓨터 유니브레인을 완성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김 교수는 “3진수 소자와 유니브레인 상용화는 메모리·시스템반도체 관련 소재, 공정 장비, 설계, IP 등 전후방 산업으로 광범하게 파급 효과를 일으킬 것”이라면서 “한국을 대표하는 새로운 '수출 산업 브랜드'로 자리 잡을 것”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울산=임동식기자 dslim@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