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아자동차가 지난 8월 통상임금 소송 1심에서 패배해 충당금으로 1조원을 반영한 결과, 10년 만에 분기적자 4270억원을 기록했다. 통상임금 충당금을 제외하더라도 중국, 미국 판매 부진으로 영업이익은 지난해 3분기보다 16.7% 감소했다. 기아차는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친환경차 라인업을 확대해 실적회복을 꾀한다.
기아차(대표 박한우)는 27일 서울 양재동 본사에서 가진 '2017년 3분기 경영실적 컨퍼런스콜'에서 영업손실이 4270억원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통상임금 패소로 인해 충당금 9777억원을 반영했기 때문이다. 기아차가 분기 손실을 기록한 것은 2007년 3분기 이후 10년 만이다.
한천수 기아차 재경본부장(부사장)은 “통상임금 소송 결과에 따라 3분기에 9777억원을 충당금으로 반영했는데, 매출원가와 판관비로 8640억원을 반영해고, 나머지 금액은 지연이자와 영업외 비용에 반영했다”면서 “최근 동일소송에 대한 타사 상금팜 판례를 감안할 경우 1심에서 인정되지 않았던 신의칙 인정을 통한 승소를 기대할 수 있고, 상급심에서 비용 축소도 가능하다”고 했다.
기아차는 통상임금 관련 손실을 제외하더라도 영업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16.7% 감소한 4371억원에 불과했다. 앞서 영업이익 감소폭이 1분기 -39.6%, 2분기 47.6% 였던 점을 감안하면 회복세를 보이고 있지만, 여전히 실적 부진이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3분기 매출액은 전년 동기 대비 11.1% 증가한 14조1077억원을 기록했다.
기아차 실적 부진은 지난 3월부터 가시화된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사태의 영향으로 인한 중국 시장 판매 부진이 가장 큰 요인으로 작용했다. 중국에서만 글로벌 전체 판매 감소분(14만6000여대)을 훌쩍 뛰어넘는 수준의 판매량(17만7000여대) 감소가 발생했다. 주요시장인 미국에서도 판매가 6.9% 줄었다.
기아차는 4분기에도 중국 사드 사태 영향 지속 등 어려운 경영여건이 이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이에 따라 신흥 시장 공략을 강화하고, 신차 효과를 극대화하는 동시에 RV 차종 비중 확대 등을 통해 수익성 방어에 힘쓴다는 계획이다.
한 부사장은 “중국 판매 현장 분위기에 있어 반한 감정은 소폭 희석되고 있고, 4분기 점진적인 회복 기대하고 있으며 중장기적으로 경쟁력 강화 위해 TFT를 가동 중”이라며 “미국 시장에서는 4분기 '스팅어'를 북미 시장에 내놓고, 내년 볼륨모델인 '쏘렌토'와 'K5' 개조차, '쏘울' 신차 등을 출시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세계적으로 진행되고 있는 친환경차 보급 정책에도 적극 대응할 계획이다. 중국은 2019년부터 신에너지차(NEV) 판매 비율을 10%로 의무화할 계획이고, 유럽은 2021년 이산화탄소 평균 배출량을 1㎞ 당 95g 이하로 제한할 계획이다.
기아차는 차세대 파워트레인인 '스마트 스트림'을 2018년 유럽전략 차종인 '씨드'를 시작으로 순차적으로 적용할 계획이다. 또 스포티지, 쏘렌토 등 SUV에서 친환경 라인업을 보강해 총 14개 차종의 친환경차를 출시할 계획이다. 내년엔 기존 쏘울 전기차 대비 주행거리 380km로 확대한 니로 전기차 출시로 최근 빠르게 성장하는 전기차 시장에 대응하고, 중국서도 PHEV 1개, BEV 1개, 2019년에도 추가 2개 차종 출시를 검토하고 있다.
류종은 자동차/항공 전문기자 rje312@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