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재원의 Now&Future]진화하는 아베노믹스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지난 22일 실시된 중의원 선거에서 압승함으로써 중장기 국가 성장 전략 추진 기반을 확실히 갖추게 된 것으로 평가된다. 아베 총리는 이번 선거 승리를 계기로 다음 달 1일 제4차 내각을 발족시킨다.

일본의 많은 오피니언 리더는 아베 총리가 앞으로 안정된 정권을 기반으로 난국을 헤쳐 나가 임기를 성공리에 마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우리는 아베 총리가 선거 승리 후 제일성으로 '아베노믹스 재가속'을 들고 나왔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지난 2012년 12월 아베 내각 출범과 동시에 발표한 아베노믹스는 이른바 '3개 화살'로 요약된다. '제1 화살'은 디플레 마인드를 해소하는 '대담한 금융 완화 정책'이다. '제2 화살'은 침체된 경제를 발화시키는 '민첩한 재정 확대 정책'이다. 이 같은 두 개의 화살은 수요 측면에서 경기를 자극, 경제 활성화를 꾀하는 정책이다. '제3 화살'은 공급 측면에서 민간 투자를 자극, 경제 성장을 지속하는 '새로운 성장 전략'이다.

아베노믹스 개념에서 '제3 화살'을 구체화한 게 2013년 6월에 발표한 '일본재흥전략'이다.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3%, 실질성장률 2%를 앞으로 10년 동안 유지하면서 국민총소득(GNI)을 늘린다는 내용이다.

이 전략은 공급 측면을 움직여 기업 수익을 개선시킴으로써 '고용 확대→임금 상승을 통한 가계 소득 증가→소비 진작→수요 증가→기업 투자 자극'이라는 성장의 선순환을 겨냥한 것이다. 아베 총리 취임 후 맨 처음 발표한 일본재흥전략(2013)은 현재 진화를 거듭하고 있는 일본 국가 성장 전략의 바탕이 되고 있다.

아베 총리는 이런 아베노믹스의 재가속을 강조하면서 성장 전략으로 2020년까지 3년 동안을 '생산성 혁명과 집중 투자 기간'으로 잡았다. 잠재 성장률이 주요국에서 최저 수준에 머물고 있는 상태에서 인구가 줄더라도 안정 성장 지속을 위해선 생산성 향상이 불가피하다는 판단에 근거하고 있다.

일본 정부는 인공지능(AI)·로봇 등 정보기술(IT) 투자를 대폭 늘리면서 기업 투자 촉진을 위해 자율 주행, 드론, 핀테크 등 차세대 기술 실용화를 강력 지원하는 환경을 만들어 나가고 있다. 규제를 동결하고 실증 실험을 쉽게 할 수 있는 '샌드박스' 제도를 국가전략특구의 틀에서 발전시키고 있다. 경제산업성과 재무성은 내년도 세제 개편에서 사원 교육을 확충한 기업의 법인세 감세를 검토하고 있다. 기업의 인재 투자를 촉진, 노동생산성을 높이자는 취지다.

기업 혜택과 함께 일본 정부는 기업에 임금 인상을 요구하고 있다. 아베 총리는 선거 후 열린 경제재정자문회의에서 “임금 인상은 기업에 대한 사회 요청”이라면서 “3%의 임금 인상이 실현되길 기대한다”고 재계에 촉구했다.

아베노믹스 성패를 따지기엔 아직 이르지만 우리에게 주는 시사점은 상당히 많다.

우선 아베노믹스가 진화하고 있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2013년에 발표된 일본재흥전략이 매년 업그레이드되면서 로봇 신전략(2015), 제5기 과학기술기본계획(2016), 신산업 구조 비전(2017), 미래투자전략(2017)으로 진화되고 있다. 일본의 국가 성장 전략이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맞춰 한층 정교해지고 있다. 혁신을 활용해 다양한 사회 과제를 해결하는 '소사이어티 5.0'이라는 개념도 내놓았다.

다음으로 경제계와 정부 협력이 강화되고 있다는 점을 주시해야 한다. 1억 총 활약 플랜(2016), 근로 방식 개혁 실행 방안(2017) 등 주요 경제 정책에서 확실한 파트너십을 지키고 있다.

마지막으로 일본 정부가 4차 산업혁명 변화에 맞춰 솔선수범 자세로 정책 입안에 나서고 있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경제산업성이 '글로벌 산업본부'라는 새 조직을 꾸린 것은 대표 사례다. 다양한 부서 간부들이 모여 세계 산업 구조 변화에 대응하는 정책을 입안하고 있다. 사물인터넷(IoT), 전기자동차 등으로 기존 시장의 틀이 무너지는 가운데 칸막이 행정으론 안 된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일본 정부의 아베노믹스는 총선 후에도 진화를 거듭할 것으로 보인다. 한국 경제의 지속력을 높이는 혁신 성장이 절실한 시기에 우리 정부도 진화하는 일본의 아베노믹스를 다시 보면서 타산지석으로 삼았으면 한다.

곽재원 서울대 공대 객원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