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국 휴대폰 유통점이 애플코리아 대표에게 '아이폰8 시리즈 배터리 스웰링(팽창) 문제 대응 방안' 마련을 공식 요구했다. 이통사가 아닌 애플코리아에 문제 해결을 요구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유통점은 소비자 혼란이 우려되는 상황에서 묵묵부답으로 일관하는 애플코리아의 태도를 더 이상 방치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애플이 특단의 조치를 강구하지 않을 경우 예약 판매를 거부하겠다는 입장도 피력했다.
전국이동통신유통협회는 30일 다니엘 디시코 애플코리아 대표에게 '아이폰8 스웰링(배터리 불량) 개선을 촉구한다'는 내용의 공문을 전달했다. 공문에는 국내 출시 단말기에 스웰링 현상이 개선됐는지 여부를 비롯해 △불량 제품 발생 시 유통점 대응 방안 △소비자 피해 발생 시 보상 기준 등 기준을 명확히 해 달라는 내용을 담았다.
애플은 이에 앞서 전 세계에 발생한 아이폰8 시리즈 배터리 스웰링 현상을 인지, 조사 중이라고 밝혔지만 아무런 대책은 내놓지 않고 있다. 국내에서는 아이폰8 시리즈 예약 판매를 개시, 다음 달 3일 출시를 앞두고 있다.
유통점은 배터리 불량 개선 여부가 확인되지 않고 있는 가운데 국내 시판에 들어가 유통 종사자는 물론 소비자 불안감이 여전히 해소되지 않고 있는 상황이라고 우려했다.
유통점은 소비자가 아이폰8 시리즈를 개봉했을 때 제품이 부풀어 있어도 어쩔 수 없이 기기를 구입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소비자가 서비스센터를 방문, 아이폰에 문제가 있다는 점을 증명해야 새 제품으로 교환해 주는 애플코리아의 방침 때문이다. 이는 제품에 문제가 있다고 판단되면 유통점이 즉시 새 기기로 교환해 주는 삼성전자, LG전자의 정책과 대조된다.
유통협회 관계자는 “혹시 흠이 있다 하더라도 아이폰8 시리즈는 고객이 일단 수령해야 한다”면서 “이에 대한 소비자 불평을 유통점이 어떻게 감당하라는 건지 막막한 상황”이라고 답답해 했다. 이 관계자는 “소비자는 아이폰8 시리즈 배터리 스웰링 현상을 인지, 종전보다 예민하게 제품을 확인할 것”이라면서 “스웰링 현상 판단 기준이 없고, 배터리도 내장형이기 때문에 소비자가 '느낌상 문제 있어 보인다'라고 하면 모든 책임을 유통점이 떠안아야 한다”고 토로했다.
유통협회는 애플이 시간이 걸리더라도 완전한 제품을 출시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불량으로 위험이 발생할 경우를 대비, 대응 방안과 소비자 보상 기준을 사전에 공지할 것을 촉구했다.
유통협회는 이 같은 조치가 선행되지 않으면 소비자 안전을 위해 예약 판매에 참여할 수 없다는 강경한 입장을 밝혔다.
이통사도 답답하다는 입장이다. 아이폰8 시리즈 배터리 스웰링 현상이 발생하면 결국 이통사·유통점이 책임져야 하는데 현재로서는 아무런 조치를 먼저 취할 수 없다는 이유에서다.
이통사 관계자는 “애플코리아는 스웰링 현상을 문제로 생각하지 않는다”면서 “소비자 입장에선 교환 절차가 불합리하다고 볼 수 있지만 이통사가 마음대로 제조사 정책을 변경할 순 없다”고 말했다.
애플코리아는 이 같은 유통점 대응책 마련 계획에 대해 “공식화할 수 있는 얘기는 없다”고 말을 아꼈다.
최재필기자 jpchoi@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