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연구진이 장거리 양자통신 구현에 반드시 필요한 고효율 양자 간섭 현상 측정에 성공했다. 미지의 영역이던 양자 간섭 현상을 밝혀 양자통신 기술 상용화의 기반을 마련한 것으로 평가된다.
한국연구재단(이사장 조무제)은 문한섭 부산대 물리학과 교수팀이 독립된 두 광자쌍(양자광원의 일종)의 홍-위-맨들(HOM) 양자 간섭 현상을 짧은 시간 안에 측정·분석하는 방법을 개발했다고 31일 밝혔다.

양자통신은 빛이나 전자기파를 보내는 기존 통신과 달리 큐비트(Qbit)로 불리는 양자 상태를 전송한다. 기존 0과 1의 이진법 체계가 아닌 이들이 동시에 존재하는 '양자 중첩'과 '양자 얽힘' 상태를 이용한다.
얽힌 상태의 양자는 멀리 떨어져 있어도 한 입자의 상태가 결정되면 다른 입자의 상태도 자동으로 정해진다. 이 때문에 양자 통신은 해킹으로부터 가장 안전한 통신 방법으로 꼽힌다. 외부에서 개입해 통신을 확인하면 내용이 변질된다.
문제는 이런 특성 때문에 장거리 통신도 어려워진다는 점이다. 내용을 확인하고 복제할 수 없어 증폭기나 리피터(중계 장치)도 사용할 수 없다. 양자 상태를 측정하지 않고 먼 곳으로 연결할 수 있는 '양자 리피터' 개발이 필요하다.
양자 리피터를 개발하기 위해서는 먼저 HOM 양자 간섭 현상을 측정해야 한다. HOM 양자 간섭은 두 경로로 진행하는 광자가 만나 서로 간섭하는 현상이다. 측정은 양자 광원에서 생성된 광자가 서로 만나는 짧은 시간에 이뤄진다. 기존에는 한 번 관측을 위해 수 십 시간이나 걸린다. 광자 생성이 드물게 일어나고, 두 개가 서로 만나는 일도 많지 않다.

연구팀은 원자를 고농도 증기 상태로 만들어 밀폐된 관(셀)에 담았다. 내부 온도를 높이면 증기 농도가 높아지고, 이에 따라 광자 생성 빈도를 높일 수 있다. 또 증기 상태는 일반 상태보다 안정성이 떨어져 상호작용도 더욱 활발하게 이뤄진다. 연구팀은 이 방법으로 15분 만에 HOM 양자 간섭 현상을 관측할 수 있었다.
문한섭 교수는 “그동안 관측이 어렵던 양자 간섭 현상을 간편하게 측정하는 고효율 방법을 고안했다”면서 “앞을호 장거리 양자통신 구현을 위한 핵심 기술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대전=김영준기자 kyj85@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