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커진 금융권 AI 전쟁...챗봇 고도화 프로젝트 속속 추진

판커진 금융권 AI 전쟁...챗봇 고도화 프로젝트 속속 추진

대형 은행과 저축은행 등 금융 시장 전반에 챗봇 도입 바람이 거세다.

인공지능(AI) 기반 챗봇 상용화로 수천 명에 달하는 금융 콜센터 인력을 대체하려는 프로젝트가 한국에서도 시작됐다. 일본 등 해외 선진국에 비해 다소 뒤졌지만, 비슷한 출발선상에 있다. 단순 상담 외에 프라이빗 뱅커(PB) 역할을 AI로 대신하려는 고난도 AI 고도화 작업도 추진된다.

31일 금융권과 정보통신(IT)업계에 따르면 대형 은행과 저축은행, 증권사, 인터넷전문은행까지 챗봇 도입에 나섰다. 이통사 등 IT기업과 손잡고 챗봇 협력진영 구축도 한창이다.

금융사가 챗봇 서비스 도입에 경쟁적으로 나서는 이유는 비대면 거래 활성화 때문이다. 과거 은행 업무를 보기위해 지점을 방문해 신분확인 절차를 거쳐야 했다. 최근 직접 창구를 방문하지 않고도 계좌개설부터 예·적금가입, 대출 신청 등 금융서비스를 비대면으로 받는 고객이 급증했다. 핀테크와 IT결합으로 창구대신 스마트폰이 서비스 접점이 된 것이다.

은행은 적은 비용으로 24시간 고객을 응대할 수 있어 고객 확보와 유출을 차단할 수 있다. 인공지능 챗봇을 활용하면 콜센터 내 야간근무 인력을 최소한으로 두고도 상담할 수 있다. 비대면 채널 확장과 최근 인터넷전문은행 공세로 인력 관리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금융권은 AI 고도화로 자산관리는 물론 전방위 AI뱅커 활용에 나선 것이다.

카카오뱅크 등 인터넷전문은행등도 AI 도입을 적극 추진 중인 것이 불을 지폈다. 선공은 대형은행이 시작했다.

우리은행은 지난 9월 AI 기술을 적용한 챗봇 서비스 '위비봇'을 출시했다.

실제 상담원처럼 고객과 대화를 할 수 있어 쉽고 빠른 은행 서비스 이용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환전, 일반상식 등 자동 응답 서비스를 시작으로 인터넷 스마트뱅킹에서 사용, 보안카드 분실 등 대처방안 응답 등 서비스 활용범위를 확대하고 있다. 단순한 응답뿐 아니라 '30만원을 달러로 환전하면 얼마냐' 같은 질문까지 응답하는 수준으로 고도화했다. 연내 예금, 대출 업무까지 AI로 연계하는 작업을 검토 중이다.

KEB하나은행은 지난달 SK텔레콤과 손잡고 인공지능에 금융을 결합한 챗봇 '핀고'를 선보였다. 핀고는 2030세대를 겨냥해 딱딱하고 복잡한 금융 이미지를 탈피했다. 경어와 이모티콘을 구사하기도 한다. 인터넷전문은행, 농협 등은 물론 광주, 부산은행 등 지방은행 상품까지 모두 안내한다. 향후 축적된 금융 데이터를 기반으로 고객 지출 성향 분석 등을 통해 맞춤형 금융상품 추천까지 가능하도록 고도화 시켜나갈 예정이다.

농협은행도 카카오톡 기반 금융봇 서비스를 선보였다. 상품안내, 자주 묻는 질문(FAQ), 이벤트 안내, 이용시간 안내, 올원뱅크 바로가기 등 서비스를 제공한다. 향후 자체 챗봇 서비스를 개발해 대화형 금융업무 및 자연어 질의응답 서비스까지 선보일 계획이다.

신한은행은 내년 상반기 출시를 목표로 챗봇 개발에 나서고 있다. 자연어처리, 딥러닝 기술을 활용해 고객 질문 의도를 정확하게 파악해 상담, 뱅킹 업무 전반에 활용한다는 계획이다. 현재는 기존 고객 상담데이터 10만 건을 분석해 예금, 대출, 외환 등 상담주제를 중심으로 답변을 구성하고 정확도 높이는 작업을 수행중이다.

판커진 금융권 AI 전쟁...챗봇 고도화 프로젝트 속속 추진

챗봇 도입경쟁은 지방은행, 저축은행까지 확대되고 있다. JT친애저축은행, 웰컴저축은행, OK저축은행 등 2금융권도 챗봇 도입에 나섰다. 고객맞춤형 상품제공, 키워드 검색 등 고객 문의가 많았던 질문을 중심으로 비대면 채널을 강화하고 있다.

대구은행과 부산은행은 각각 올해와 내년을 목표로 챗봇 도입을 준비 중이다. 내년에는 챗봇 진영이 은행권 전반으로 모두 퍼지게 될 전망이다.

저축은행 관계자는 “최근 소비자는 비대면거래 활성화로 은행을 직접 찾아 문의하기보다 바로 묻고 답을 구하길 원한다”면서 “은행도 챗봇 도입으로 비용절감뿐 아니라 상담과정에서 쌓인 수많은 고객데이터를 확보해 고객 맞춤 상품 개발에 활용할 수 있어 경쟁적으로 도입을 서두르고 있다”고 말했다.

물론 금융권 챗봇 기능이 아직 초기에 머물고 있어 고도화하기에는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전망이다. 또 챗봇이 단순 상담과 보조적 역할에만 그칠 것이라는 부정적 평가도 나온다. 그럼에도 AI가 4차 금융혁명을 이끌 것이라는 견해가 우세하다.

한 금융권 고위 관계자는 “사람은 실수를 하면 바로 수정할 수 있지만 챗봇은 자신의 잘못을 인지하지 못해 판매하고자 하는 상품의 금리를 잘못 나타내면 불완전판매까지 이어질 수 있다”며 “딥러닝 등 AI 기술을 고도화하고, 보안 취약점을 보강하는 작업도 병행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김진형 지능정보기술연구원장은 “금융 분야 AI 적용은 이상금융거래탐지시스템(FDS), 고객 신용도평가, 로보어드바이저 등 적용할 분야가 많다”면서 “AI의 능력과 가치, 위험을 이해하고 활용할 수 있는 능력도 보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주요은행 챗봇 도입 현황>


주요은행 챗봇 도입 현황

<저축은행 챗봇 도입 현황>


저축은행 챗봇 도입 현황


정영일기자 jung01@etnews.com, 길재식 금융산업 전문기자 osolgil@etnews.com